내년 3개州 지방선거 앞두고 악재 될라 전전긍긍
나치가 남긴 상처 아직도 선명… 국내 여론 영국·프랑스에 비해 나빠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문제와 관련 독일 내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우호적이지 않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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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독일군을 유럽 내 최강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국방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가 실제로 우크라이나 파병을 추진할 경우 여야 모두에서 심각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평화 보장 방안의 일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안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독일 정치권 제1야당인 극우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 앨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는 이날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독일 지상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며 "메르츠의 보수당 정권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호전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감은 집권 여당 내에서도 제기됐다. 메르츠 총리가 속해 있는 중도우파 집권당 기독민주당(CDU) 소속의 요한 바데풀 외무장관도 같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병은 아마도 우리(정부와 여당)를 압도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앞서 이날 회의에서 "유럽 파트너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의와 우리 의회의 승인을 전제로 병력 파견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중하지만 개방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연정 내 파트너 정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기민당보다 더욱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랄프 슈테그너 사민당 의원은 "독일은 이 문제에 개입하면 안된다"며 "역사적인 이유로도 우크라이나에 독일군을 배치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서방 진영의 평화유지군 파병안은 독일 내에서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독일은 여전히 군국주의 나치의 상처를 안고 있기 때문에 (독일군 파병)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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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독일군 '리투아니아 기갑여단' 창설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독일 국민들의 반대 여론도 이웃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 방송사 RTL과 뉴스전문채널 ntv가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49%가 평화유지군 참여에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45%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유럽군 창설 찬성이 46%이고 반대가 28%였던 영국이나 평화유지군 파병 찬성이 67%에 달했던 프랑스와 상당히 비교되는 것이다.
내년 16개 주(州) 중 3개 지역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메르츠 총리의 선택은 더욱 어려운 것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AfD는 집권여당인 기민당을 누르고 전국적 지지율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다"며 파병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크게 부각될 경우 집권당이 참패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민당 소속의 한 지자체장은 현지 언론에 "독일 연방군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배치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강력한 유럽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외의 방안은 국가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우리를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