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업대출 12.2조↑…빅스텝에도 역대 최대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에 대기업 대출 5.4조원↑
가계대출은 감소…신용대출 2.2조원↓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영향으로 지난 7월 은행 정기예금이 역대 최고로 늘었다. 반면 대출 이자 부담 증가에도 지난달 기업대출은 역대 최고로 증가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1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해당 속보치를 작성한 2002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황영웅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제고 등을 위한 자금 유치 노력과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 자금 유입 등으로 정기예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저축성예금 증가 반대 급부로 수시입출식예금은 역대 최고로 감소했다. 지난달 수시입출금식예금 잔액은 970조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53조5000억원 줄엇다. 정기예금 증가에도 수시입출식예금이 감소해 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2200조2000억원으로 지난 6월보다 10조3000억원 줄었다.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상품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우리은행] |
기업대출은 급증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137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2조2000억원 증가했다. 해당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 6월(6000억원 증가)과 비교해도 7월 기업대출은 껑충 뛰었다.
기업대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대기업 대출이 있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나빠지자 대기업이 지난달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렸던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은 199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 6월(6000억원)과 비교하면 대기업 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6조8000억원(잔액 937조7000억원) 증가했다.
황영웅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됐고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커져 회사채 직접 발행이 부진한 모습"이라며 "이에 대응해 기업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직접금융보다 대출시장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으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감소했던 탓이다.
지난 7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00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2조원 늘었으나 일반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조2000억원 감소했다. 한은은 다만 가계대출 감소가 빅스텝 영향인지는 금융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차장은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 둔화에도 집단 및 전세자금 대출 취급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지속됐다"며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 대출 규제 지속 등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