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
중소기업 등 채무 상환 능력 저하 등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금융권이 3분기에 기업 대출을 옥죌 전망이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신용 위험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 2분기 동향 및 3분기 전망'을 보면 국내은행의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지난 2분기 3에서 3분기 -6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6에서 -6로 돌아섰다. 이 지표가 음(-)이고 절댓값이 클수록 대출 문턱을 높여 대출을 옥죈다는 은행이 더 많다는 의미이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 기업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이유는 기업 신용 위험 커졌다고 전망한 데에 있다. 국내 은행의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지난 2분기 8에서 3분기 11로 올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25에서 31로 뛰었다.
한은은 "대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와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으로 국내은행은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은 "3분기 기업 신용위험은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 영향으로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일부 취약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 채무 상환능력 저하 등의 예상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고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업 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은이 공개한 제12차 금통위 의사록(지난 6월 22일)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일부 업종의 기업대출을 보면 증가율뿐만 아니라 규모 자체도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주의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기업 신용 움직임과 관련해 앞으로 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기업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지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는 기업은 많아질 전망이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으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서다. 3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는 각각 6, 8로 전분기 수준 증가세를 유지했다.
◆ 은행, 가계 대출 완화 흐름 이어가…비은행금융기관은 대출 강화
은행의 가계 대출 완화 흐름은 이어진다. 가계주택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 14로 2분기(31)보다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가계일반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9로 동일했다. 다만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으로 가계 신용위험은 상승할 것(2분기 22 →3분기 39)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가계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증가율 둔화 등에 대응해 완화적 태도를 유지할 전망"이라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영향 등으로 상대적으로 대출금액이 큰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완화 정도가 전분기보다 다소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상호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은 대출 문턱을 모든 업권에서 높일 전망이다.
한은은 "상호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생명보험회사는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 증대, DSR 규제 강화, 금리 상승 등이 대출 태도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조사됐다"며 "신용카드회사도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우려 등으로 대출태도가 강화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204개 금융기관 소속 여신 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