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철학 삼고 정책 강화
취약계층 대대적 지원, 양극화 해소 시도
재정악화 부담, 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민선8기 개막 한달이 지났다. 사상 첫 4선 서울시장으로 이름을 올린 오세훈 시장은 새로운 슬로건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었다. 당선 직후 쪽방촌을 찾아 폭염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추경안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약자와의 동행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1차 추경 4.2조원보다 2.1조원이나 많은 6.3조원 규모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복지분야 대폭 확대가 예상된다.
정광연 사회부 차장 |
오 시장은 공개석상에서 "약자와의 동행은 표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앞으로 4년간 서울시정의 바탕이 되는 철학"이라며 "사업 초기단계부터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약자와의 동행의 핵심은 이른바 '그물망 복지'다. 취약계층이 마주한 생계·주거·교육·의료 등 주요 분야에 걸친 정책을 마련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극단적인 양극화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계층 사다리' 역할도 자처한다.
1000만 수도 서울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복지강화 정책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시장이 직접 나서 시정철학으로 선언한 슬로건인만큼 순간의 외침으로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민선8기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이 진정성있는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첫번째 과제는 재원(財源)이다.
올해 4월 기준 서울시 채무는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지출 증가로 채무비율은 22.6%를 기록, 이미 20%를 넘어섰다. 투자만큼 빛을 발하는 복지정책의 특성상 추가적인 지출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복지가 중요한들 막대한 채무에 대한 해법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취약계층이 원하는 현실적인 요구에 좀더 귀를 기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원정책 강화도 좋지만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닌 당사자들이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대대적인 지원책을 공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단기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아쉬움이 터져나오는 쪽방촌이 대표적이다. 면밀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계층간 격차를 감안할때 정부 또는 지자체 주도의 복지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이 성과를 거둔다면 극단적 양극화를 해소할 해법이 마련될지도 모른다. 약자와의 동행이 보여주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잡아 민선8기, 나아가 오 시장의 최대 업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