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대만을 흡수 통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만이 반도체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베이(新北), 신주(新竹), 먀오리(苗栗), 타이난(臺南), 가오슝(高雄) 등 대만 전역에 20여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투자 금액은 16조엔(약 152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와 일본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공장 투자 금액이 1조엔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조엔은 엄청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20개 공장의 부지 면적은 총 200만㎡(제곱미터) 이상으로 도쿄돔 40여개의 크기와 맞먹는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타이난 과학 단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 4곳을 완공한 데 이어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장 4곳을 추가로 짓고 있다. 공장 설립에는 최소 1조엔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니혼게이자이는 "TSMC가 공장 4곳을 동시에 건설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생산 기지 집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주 과학 단지에선 3㎚ 공장 2곳이 건설 중이며 2㎚ 공장 신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에 따르면 TSMC의 첫 2㎚ 파운드리 공장이 올 3분기 시공을 앞두고 있다. 총 4개의 2㎚ 공장이 지어질 전망이며 제1 공장은 2024년 말 완공, 2025년 양산 예정이다.
TSMC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완공한 20개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향후 대만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이 특히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외교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거센 위협 속에서 대만은 생존을 위해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는 대만이 미국과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미국이 장기화된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SMC 등 대만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유치에 관한 협상을 1년 넘게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도 안보 리스크를 우려한 대만이 양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진단했다.
매체는 "반도체까지 미국에 양보한다면 대만에게 남은 외교 카드는 없다"면서 "대만의 최대 방어책은 미국의 첨단 무기가 아닌 최첨단 반도체 공장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이 이렇게 집중된 대만을 세계는 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gu121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