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부동산 책임자 인사청문 돌발 발언 대비 부동산 대책 발표 연기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부동산 이슈 관심 끌어 좋을 것 없다 판단 분석도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윤석열표 부동산 정책 방향의 공개 시점이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지게 돼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낳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곧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올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부동산 관련 발언이 인수위 대책과 엇박자를 낼 경우 시장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아울러 현 정부 기조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동산 정책이 가져 올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종 발표까지 조금 더 시간을 갖겠다는 뜻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 이유일 뿐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차기 정부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표를 얻는 데는 주효했으나 집권 이후 국정 운영에는 되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4.01 photo@newspim.com |
◆대선 캠프·인수위까지 꾸리고 부동산 정책 첫 발부터 '삐끗'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이번 주로 예상됐던 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가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조만간 열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수위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는 메시지가 나올 경우 시장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인수위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을 구체화한 새 정부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가 이후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본인의 소신을 앞세워 자칫 새 정부 정책 방향과 어긋난 발언을 함으로써 생기게 될 혼란을 미연에 막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인수위가 우려하는 일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부동산 정책에 있어 '신중론'을 펴고 있다. 과거 재건축·재개발 규제 철폐, 임대차 3법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중단 등을 외쳤던 원 후보자가 막상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부 장관에 발탁되자 정책 전환 속도 조절을 예고하고 있다.
새 정부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향후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부 추진 계획에는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추 후보자가 과거 대표발의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관련 법률 개정안을 참고할 때 그가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율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폐합하거나 부유세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청문회에서 추 후보자의 구체적인 입장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부동산 정책을 관장하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고려해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을 놓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대선 캠프와 인수위까지 꾸리고도 새로운 정책의 밑그림을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인수위 측은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각종 정책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고 밝히면서도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발표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다소 군색한 해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원희룡 기획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제6차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4.18 photo@newspim.com |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부동산 이슈 전면에 내세울 이유 있나
인수위가 새 정부 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를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기로 한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도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수위가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며 구체적인 발표 시기를 못박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전 국민의 관심을 부동산에 쏠리게 한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다. 획기적인 정책이 나올수록 국민들의 관심이 부동산으로만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새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이유는 지방 선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며 "정책 목표가 부동산 가격 안정인데 이는 수요 예측에 따른 공급 로드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시해줌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현안인 부동산 문제에 여론이 집중되는 것이 집권 세력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19일 지방선거를 의식해 새 정부 부동산 정책 발표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인수위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이어지면서 정책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수위가 부동산태스크포스(TF)와 도심주택 공급 실행 TF 등을 꾸리고 공급부터 세제, 금융까지 망라한 부동산 정책 개편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속도감 있는 추진부터 속도조절론까지 여러 갈래의 의견이 쏟아지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 정부 부동산 정책 발표 시기를 두고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 겸 인수위 기획위원장이 상반된 발언을 해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은 여러 부처 간 정책 조율이 필수인 만큼 향후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자칫 정책 추진의 난맥상을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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