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임대차 3법 '폐지'에서 '수정·보완'으로 무게 중심 이동
민주당, 임대차 3법 폐지 반대...국토부는 강화 방안 연구
5%상한·갱신청구권 손질, 임대인 인센티브 방안 고려될 듯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의 폐지가 아닌 수정·보완을 시사했다. 새 정부가 임대차 3법의 폐지 내지 축소 방침을 내세웠지만 법의 취지와 여소야대 국회 지형을 고려해 현실적 접근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 3법을 만든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임차인의 권리를 더 강화하는 법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최근 임대차신고제(전월세신고제) 강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를 두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4.11 pangbin@newspim.com |
◆'임대차 3법' 폐지 주장했던 元, 신중 모드로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임대차 3법에 대해 "약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며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기구에 부작용을 준 부분도 있고 획일적 기준에 지역적 차이와 임대차 수요 및 공급 등이 무시되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되다 보니 그 때 놓친 문제점들이 많다"면서도 "국가와 정책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다수의 세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러한 기조 하에 (임대차 3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거 약자인 임차인 보호라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향후 입법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원 후보자가 과거 "졸속 임대차 3법을 폐지하고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며 임대차 3법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가 다소 낮아진 측면이 있다.
임대차 3법은 현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지난 2020년 7월 임차인 보호를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3개 제도를 담아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말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곧바로 시행됐지만 전월세신고제는 1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임차인이 원하면 임대차 계약을 한차례 더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다. 다만 집주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거주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로 묶어두는 것을 의미한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시 30일 내에 임대료, 임대기간 등 계약 내용을 관할 관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임차인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제도 시행 후 곳곳에서 부작용이 따랐다. 집주인이 본인이 직접 들어가 살거나 가족이 살도록 해 임차인을 내보내는 일이 발생하고 4년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어 '월세 난민'이 생겨나기도 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전세 물건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시행 후 서울의 아파트 임대 매물은 16.2% 감소했다.
◆5% 제한 완화·임대인 인센티브 제공 등 보완 필요
민주당은 새 정부의 임대차 3법 폐지·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대차 신규 계약 때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등 보다 강화된 내용으로 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지난 7일 '임대차신고제(전월세신고제) 정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여 앞두고 국토부가 제도 강화를 목적으로 연구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현 정부가 차기 정부의 여소야대 국면을 염두에 두고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임대차 3법 관련 발언 수위가 낮아진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대차 3법 폐지는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안의 수정·보완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부작용이 많았던 것으로 지적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일부를 손보고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5% 상한이 부담으로 느껴지고 계약갱신청구권 강화로 인해 매수 시점에 제약을 받는 점이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대차 3법이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집주인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임대인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적극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올리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에게 별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월세를 5% 이내로 올린 뒤 2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요건인 실거주 2년 중 1년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주는 '상생임대인' 제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전월세신고제는 현재 과태료 대상이어서 신고율이 높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확정일자를 받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