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위 SK하이닉스 키운 M&A '귀재'
SK스퀘어 대표 맡아 신사업·투자 진두지휘
인텔 낸드·키파운드리 이어 ARM 인수 타진
글로벌 'TOP' 종합 반도체 기업 도약 승부수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M&A(인수합병) 본능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키파운드리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다. 박 부회장의 거침없는 행보는 패권전쟁 한창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 |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부회장은 SK그룹 내 최고의 'M&A 전문가'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만능열쇠'로 꼽힌다. 지금은 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부회장, 신사업 발굴과 투자 목적으로 설립된 SK스퀘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SK그룹의 미래가 박 부회장 손에서 그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의 굵직한 M&A는 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의 SK하이닉스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팀장을 맡았는데, 당시 하이닉스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 그해 순손실만 56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지만 인수를 밀어붙인 박 부회장과 그를 믿고 밀어준 최 회장의 결단으로 현재 SK하이닉스가 존재하게 됐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키파운드리 인수까지 연달아 성사시키며 박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공격적인 M&A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은 14.1%로 4위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부문을 인수해 올해 자회사로 출범한 솔리다임의 점유율은 5.4%로 6위. 두 회사의 점유율은 합치며 19.5%로 키옥시아(19.2%)를 제치고 2위에 오른다. 1위는 33.1%의 삼성전자다.
D램 시장에서는 확고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29.7%로 2위다. 1위는 역시 삼성전자(42.3%)다.
박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만큼은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업계 중심으로 올라섰다"며 "양적·질적으로 D램 및 낸드 모두 선도사와 같은 경쟁선 상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성원 모두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라는 정체성을 깨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선도자(Pathfinder), 즉 '1등 마인드'를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박 부회장의 시선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를 넘어 글로벌 'TOP' 종합 반도체 기업을 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한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를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키파운드리 인수와 ARM 인수 추진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물꼬인 셈이다.
특히 지난해 SK하이닉스 모회사로 반도체·ICT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가 출범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SK스퀘어는 현재 26조원인 순자산가치를 오는 2025년 75조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자산가치 중 73.9%가 SK하이닉스 자산이다. 4년 내 기업을 세 배 이상 키우려면 반도체 중심으로 M&A 투자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행사에서 "현재의 메모리반도체 제조기업이라는 틀에 갇혀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제약이 있다"며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넘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마저 먼저 찾아 주도적으로 해결해주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