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발부 받고 20일 뒤 소변검사…양성 나와 자백
1·2심 "위법수집증거" → 대법 "정황·간접증거로 사용 가능"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지 상당 기간이 지나 실시한 소변검사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면 마약 투약에 대한 유력한 정황증거 내지 간접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19년 7월 자신과 동거하던 B씨에게 "너는 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된다"고 하면서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린 것을 비롯해 총 네 차례 상해를 가하고 문짝을 부수는 등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주거지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소지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A씨의 상해와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도 마약 혐의는 '위법수집증거'에 의한 기소라며 무죄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당초 A씨의 필로폰 소지 사실은 B씨의 경찰 신고로 시작됐는데, B씨는 경찰에서 "9월 19일 피고인의 옷과 신발을 정리하던 중 노란색 재킷 상의 주머니에 하얀색 편지봉투가 있어 열어보니 하얀색 알갱이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봉투에서는 A씨의 DNA(유전자)가 발견됐고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에게 소변검사를 실시해 양성이 나왔다. A씨는 마약 투약을 자백했다. A씨는 이전에도 마약류 범죄로 6회 입건돼 4회 처벌을 받고 2회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1심은 '시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경찰은 2019년 8월경부터 9월 1일경 사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혐의 사실이 담긴 영장이 발부된 후 약 20일이 지난 같은 해 10월 29일에야 A씨의 소변과 모발을 압수했는데, 재판부는 범행 일자가 서로 달라 같은 범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이 부분과 같은 필로폰 투약의 점은 경찰이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혐의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백 역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추궁을 받자 자백하고 자신의 팔의 주사흔을 보여준 것으로 이 역시 2차 위법수집증거"라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필로폰 발견 경위에 대한 B씨의 진술이 납득하기 어렵고, 두 사람이 싸운 뒤 A씨가 집을 나간 사이에 제3자가 필로폰을 넣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필로폰 투약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이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투약에 관한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이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기재 내용과 마약류 범죄 특성, 피고인에게 다수의 동종 범죄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소변 감정결과에 의해 피고인이 반복적·계속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해온 사실이 증명되면 영장 기재 혐의사실 일시 무렵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필로폰 투약을 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라며 "비록 소변에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된 필로폰이 검출될 수 있는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집행돼 직접 증명할 수는 없더라도 유력한 정황증거 내지 간접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 기재 혐의사실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투약 부분이 위 영장 발부 이후의 범행이라는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