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원희룡 녹취록 페이스북 공개…파장 커져
"당대표, 무게감 있어야…당내 분란 좋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국민의힘이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고충을 겪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 간의 갈등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대선주자들과 이 대표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SNS를 활용한 소통 방식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1.08.19 leehs@newspim.com |
이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 전 지사와의 통화 음성을 텍스트본으로 변환해 올렸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지사는 대선 경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우려를 표하고, 이 대표는 "걱정 말라"며 "곧 정리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리된다"는 주어가 윤 전 총장이 아닌 경선 과정의 갈등 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원 전 지사는 "정리된다"의 주체가 윤 전 총장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당내 일각에서는 "당대표라는 사람이 통화를 녹음하고 녹취록까지 번번이 공개하면 어느 의원이 대표한테 직접 전화해서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원 전 지사가 지난 18일 오후 6시까지 녹취록 전부를 공개하라는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냥 딱합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당대표 당선 전, 최고위원 시절부터 페이스북을 활용한 소통을 선호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는 페이스북 홍보를 통해 선거유세차에 오를 청년들을 모집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일조하는 등 확실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제1야당의 대표인 만큼 무분별한 소통은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이 대표의 페이스북이 너무 많다"라며 "당대표는 무게감이 있어야 하는데, 모든 사안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말하니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줄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들도 굳이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히다 보니 커지는 느낌"이라며 "이 대표가 젊은 세대이고,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당내 분란이 생기는 건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도 이 대표에게 페이스북을 줄여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