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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과거 두 차례의 주가 급락을 예고한 미국 경제의 유동성 지표가 빠른 속도로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S&P500(상)과 마셜리언K(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금이나 은행 예금 등의 형태로 미국 경제에 유통되는 통화공급(M2)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과 미국 국내총생산(GDP) 명목 성장률의 격차가 2018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반전했다.
이는 GDP가 통화공급량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로 미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에 따른 수요 급증이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 격차는 '마셜리언K'로 불린다. 구체적으로 2분기 마셜리언K는 M2 증가율이 12.7%, 명목 GDP 성장률이 16.7%를 기록한 데 따라 -4%포인트(p)를 나타냈다. 직전 4개 분기 마셜리언K는 20%포인트가 넘는 양의 값을 기록했다.
마셜리언K 지표가 이목을 끄는 것은 과거 두 차례 미국 증시의 급락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 주가지수 S&P500이 전고점 대비 16% 하락한 당시 마셜리언K는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2018년 19.8% 하락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마셜리언K 지표가 마이너스일 때도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여럿 있었다. 이번에는 주식뿐 아니라 암호화폐(가상자산)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가격 모두가 치솟는 양상이다. S&P500은 이날로 올해 46번째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매주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마셜리언K 지표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내년 초 개시가 예상되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다. 통화부양책 축소 조치인 테이퍼링이 개시되면 마셜리언K 지표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유동성 악화를 걱정하지 않는 전문가도 있다. 투자은행 UBS는 지난 6월 보고서를 내고 연준이 연간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중단해도 이에 따른 S&P500의 예상 낙폭분은 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 개시'를 시사한 발언으로 S&P500이 고점(당월) 대비 6%가량 떨어진 경우처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은 작다고 본 셈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어나 유동성 악화에 취약해졌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밀러타박플러스의 매트 말리 수석 마켓 전략가는 "2013년 때는 S&P500의 주가수익배율(PER)이 15배였지만 현재는 22배"라며 "이번에는 시장이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트홀드의 더그 램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상승세에 동참하는 주식의 수가 줄고 있는데 이는 유동성 감소 때문일 수 있다"며 "마셜리언K 지표를 보면 현재 유동성 상황은 악화됐을뿐 아니라 수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추가로 유동성을 악화시키지 않고 내년 테이퍼링을 할 수 있다면 놀라운 성과가 되겠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