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으로 돈버는 방법 알려준 버진 회장
2040년 1000조원 규모 우주산업 개척해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17년 전 최초의 민간우주비행사인 마이크 멜빌이 우주로 날아갈 때 탄 우주선은 '스페이스십1'이다. 이 민간 유인우주선을 인수해 우주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바로 '버진 갤럭틱'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버진 갤럭틱은 최초로 민간 우주관광에 성공했다.
이 기업을 이끄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이미 25만달러(2억8637만원)에 달하는 우주선 티켓을 600매나 사전 판매했다. 무려 1억5000만달러(1718억25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성공적인 우주 체험 이벤트를 전 세계에 보여준 브랜슨 회장은 5억달러(5727억5000만원) 유상증자에 나섰다. 우주경제시대를 열면서 말그대로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
우주산업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지 당장 계산한다는 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주경제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국가나 투자를 하지, 이걸 상업화한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 말을 주변에서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는 10월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발사된다고 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남의 얘기로 흘려듣기 일쑤다.
하지만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민간 우주관광 상품을 내놓으면서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전 세계가 우주산업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신산업에 대한 희망이 생긴 것이다.
국내에서는 우주산업에 대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찾기에는 아직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발사체, 인공위성, 탑재체 등 순수 기술 개발에만 열을 올린 탓이기도 하다. 우주기술 개발의 정체기까지 겪었으니 말하면 잔소리다.
기업들 역시 정부가 제안하는 연구·개발(R&D) 사업만을 바라봤을 정도다.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정부의 용역회사로 전락했다는 게 항공우주업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우주산업과 관련된 생태계마저 조성되지 못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인공위성 관련 부품을 만들어도 수출길마저 열리지 않았다. 기업으로서는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푸념만 할 뿐이다. 개발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국내 우주산업의 현주소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주경제라는 허울만 쫓기보다는 실체가 있는 우주경제를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우주산업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제부터는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손에 잡힐 수 있도록 경제성까지 함께 분석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경제 연구에 나서야 한다.
실제 경제를 연구하는 국책연구원을 비롯해 민간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보더라도 우주경제를 제대로 분석한 연구를 찾기가 어렵다. 공공·민간 경제연구기관 모두 한국경제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 발굴을 위해 우주경제에 대한 경제성 분석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장의 먹고 사는 일에만 몰두한 결과다.
그렇다고 우주경제를 두고 단순히 수치만을 가지고 따져서도 안 된다. 우주산업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국제시장을 두루 살핀 경제분석이 필요하다. 이같은 우주경제 연구에 제격인 국책연구기관이 있다. 바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눈에 띈다.
30여년 전 새로운 경제규범을 논의하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진행되던 시절, 글로벌 경제와 정치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수립하라는 사명을 받아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이 바로 KIEP이기 때문이다.
우주경제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전보다 세계가 더욱 급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10여년 전께 KIEP에서는 극지·심해·우주 등 공유지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낸 경험이 있다. 어렵사리 우주경제 연구를 향한 시작점을 찾은 셈이다.
그렇다면 2040년 우주산업이 10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글로벌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국내 상황에 맞춰 경제성을 따져볼 때가 됐다. 무엇보다도 국내 우주기업이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경제연구기관이 힘을 보태줘야 한다. 우주기술 연구기관도 동참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꺼질듯 말 듯 등불 같다. 다만 우주경제의 발전 가능성이 제시되고 정부가 든든하게 기초를 다져준다면 국내기업이 우주관광사업을 못할 것도 없다. 쉽지 않지만 머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져본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