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전 기싸움"..."김여정이 상당한 권한 위임 받았음을 과시"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의 당 전원회의 대미 메시지를 '흥미있는 신호'라고 한 미국의 메시지를 놓고 "잘못된 기대"라며 전면 반박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미대화 거부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부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대화' 언급을 마치 지금 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고 본격적인 협상 전 일종의 기싸움을 하겠다는 것이지, 내용상 대화의 거부나 대결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8년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뉴스핌DB]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담화로 볼 때 북한이 북미 비핵화 대화에 곧바로 나설 준비가 아직은 안돼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총비서가 당 전원회의에서 시사한 대화 준비도 이제야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다만 "북미 간 상호 불신과 뿌리 깊은 적대의식 때문에 대화 재개 뿐 아니라 대화 성사시에도 상호 접점을 찾는데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 담화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로부터 대남정책 뿐 아니라 대미정책에서도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며 "한미는 향후 김여정의 정책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떻게 상대할지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한이 한미를 향해 부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진단했다.
태 의원은 "지금 김정은남매가 바라는 것은 한미연합훈련 전면 중단과 같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면적인 철회'"라며 "22일 성 김 대북정책특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났지만 북한이 제일 관심을 가지는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관련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외통위 전체 회의에서 최종건 1차관은 성 김과의 대화에서 한미연합훈련 재개 문제가 어느 정도 논의되었는가에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는 하반기 국정운영을 대북 대화에 올인하는 모험을 감행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라도 김정은 남매의 협박에 끌려다니지 말고 당당한 자세, 원칙성 있는 입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 총비서의 '대화' 언급과 관련, "흥미로운 신호"라며 "대화에 나설지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문을 통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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