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디, 71% 하락했다가 48% 증가 '널뛰기'
"정리매매 종목 매매는 투기성...위험한 거래방식"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상장폐지 된다는데 사람들은 왜 살까요?"
정리매매 종목이 급등하면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품는 의문 중 하나다. 보통의 사람들은 상장폐지 회사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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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10분 현재 에이치디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73% 내린 391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치디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오는 19일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8일부터 16일까지 7거래일 동안은 정리매매 기간이다.
정리매매는 투자자들에게 최종 매매 기회를 주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부여한 거래 기회다. 단일가 매매를 통해 30분 단위로 거래되며, 가격 제한폭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앞두면 사실상 가격 형성이 의미가 없어져서 제 가격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가격 제한폭을 따로 두지 않고 시장에 알아서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성이 큰 정리매매 종목을 투기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수급이 몰리면 단타 매매로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말 상장폐지된 제이테크놀로지의 경우 하루 만에 362.06% 폭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에이치디 주가 역시 정리매매 기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8일 11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하루 만에 71.63% 하락한 뒤 이후 8.97%, 48.82% 연이어 상승했다. 정리매매 이틀 차에 시초가로 산 투자자라면 이틀 만에 57.79%의 차익을 얻을 수 있던 셈이다.
흔하지는 않지만 상장폐지됐던 종목이 다시 거래소로 돌아오는 사례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의 경우 2018년 상장폐지가 결정됐다가 지난해 8월 2년 만에 기사회생했다. 정리매매 당시 최저 408원이었던 감마누 주가는 현재 4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전 종목에 대해 가격제한선을 두지 않는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된 시린토큰도 하루 만에 160% 급등하며 우려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상장폐지 종목에 대한 투자는 굉장히 위험성이 높아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의 경우 하나의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돼도 다른 거래소에서 이전시켜서 거래할 수 있지만 굉장히 번거롭고 비용도 든다"며 "괜찮은 종목이면 상장폐지를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주식 정리매매의 경우도 투기성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시적 가격 급변동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는 목적이 많다고 보는데 굉장히 위험한 거래방식이라서 아주 높은 수준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리매매 종목에 대한 매매는 투자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면 상장폐지 주식을 사는 이유를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