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제주도가 제기한 공시가격 논란에 국토부 반박
공개되지 않은 산정기준에 논란 자초
산정기준 공개...투명성 높일 수 있어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공시가격 급등으로 집주인들의 집단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간 공시가격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잘못 산정된 공시가격에 문제를 제기하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이를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고 지자체는 나아가서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불투명한 산정기준으로 인해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논란이 있어온 만큼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기준 공개를 비롯해 산정 절차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문제 제기에 반박...공시가격 놓고 불붙은 지자체와 정부
8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산정을 두고 지자체와 정부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제주도와 서초구청은 지난 5일 자체적인 공시가격 검증결과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에 오류가 있었다면서 관련 사례를 발표했다.
서초구 서초동 A아파트는 지난해 실거래가 12억6000만원을 기록했으나 공시지가는 15억3800만원을 기록해 오히려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1.2배 높게 책정됐다.
국토부가 만든 자체 훈령을 어긴 사례도 발견됐다. 제주도의 한 펜션은 건축물대장에 공동주택으로 등재됐으나 현장조사 결과 숙박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 국토부가 발간한 2021년 공동주택 조사산정 업무요령에서는 이런 경우 공동주택 공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으나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공시했다.
지자체들은 잘못된 공시가격 책정으로 주민들의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지자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초동 A 아파트의 인근에 있는 다른 아파트들은 17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던 것을 볼 때 공시가격은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주도의 펜션은 공동주택으로 등록된 만큼 공동주택으로 공시하는게 맞다"며 "불법으로 용도변경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에게 시정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반박에 대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국토부가 만든 업무요령과 훈령을 스스로 부정한 것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국가 훈령을 어겨도 좋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초구가 산정 오류 의심건수로 제시한 약 1만건에 대해 국토부와 합동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 세금·행정지표 기준으로 쓰이지만...'깜깜이' 산정 논란 빚은 공시가격
공시가격을 놓고 지자체와 정부 사이의 갈등이 커진 근원에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공시가격 산정기준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시가격은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에서 자료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공시가격 산정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매번 논란이 돼왔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세금과 각종 행정지표의 기준이 되는만큼 공시가격 상승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9.08% 상승해 2007년(22.7%)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세종(70.68%)·경기(23.96%)·서울(19.91%) 지역의 상승률이 높게 나오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집단 단체 이의신청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최종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해 이의신청 건수는 지난해 3만741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공시가격 산정기준을 이번달 말에 공개하기로 했다.
◆ 투명한 기준 공개 우선... 지자체 권한 이양에는 엇갈린 반응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산정기준 공개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공시가격은 여러가지 부동산 가격 기준 중에서 세금 부과나 공공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공정성 확보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만큼 산정기준 역시 명확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개범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민 불만을 잠재우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산정기준이 대폭 공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건물 특성에 따라 주관적으로 평가되는 요인들이 있어 이런 부분들은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지역 내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에게 업무를 맡겨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표준지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와 지자체가 산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동주택 공시지가도 충분히 지자체에게 권한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자체가 산정하는 경우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 논란이 일수 있고 지역 주민들과 이해관계가 큰 만큼 공정하게 공시가격을 매기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자체로 권한을 이양할 경우 공시가격 산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며 "공시가격이 잘못 책정된 부분은 권한이양보다 이의신청 수용을 확대해 수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