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잠실5 등 집주인 단체행동…국토부 "특이거래 제외시 기준 부합"
서울 4채 중 1채 종부세 대상되자 반발 극심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노원구에 20년 넘게 살았지만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될지는 생각도 못했다. 강남도 아닌 곳에 집 한 채 있는 서민들까지 세부담이 급증하는 현상은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최대치로 폭등하자 재산정을 요구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공시지가를 낮춰달라는 이의신청 건수도 작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주인들이 인하요구를 강력히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며 단체행동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보유세의 부과 기준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등 각종 세금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된다는 점에서 공시가격 급등이 세금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주택의 경우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고, 같은 단지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사례가 나와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다만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의신청 반영률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 서울 공시가격 30~40% 뛰자 재산정 요구 봇물...이의신청도 역대급
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이의신청 건수가 작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마감하는 아파트 공시가격 의견제출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공산이 크다. 국토부는 지난달 16일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고 이의신청을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각 지자체 민원실, 온라인 등을 통해 접수했다. 최종 접수건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6만건 이상으로 역대 가장 많은 조정 신청이 이뤄졌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작년 국토부에 제기된 공시가 민원은 3만7410건이다. 전년보다 8675건(30.2%)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6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공시가격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2018년 1290건에서 2019년 2만8735건으로 급증했다. 작년 3만건을 넘었다. 역대 최대치는 2007년 기록한 5만6355건이다.
이의신청이 급증한 것은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 상승률이 19%를 기록해고 서울지역은 30~40% 오른 지역이 상당수다.
이로 인해 종부세 대상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체의 1.6%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오르고, 공시가격 현실화도 병행되면서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난 것이다. 2020년 전국 공동주택 총 1383만가구 중 공시가격 9억원 초과 비중은 2.2%다. 올해는 3.7%로 늘었다.
서울지역 아파트만 보면 종부세 대상자 비중이 더 높다. 2019년 12.37%에서 2020년 16.8%에 이어 올해 기준 24.2%까지 급증했다. 4채 중 1채가 종부세 대상이 된 것이다. '부자세'로 설계됐던 종부세가 서울에서는 대중화된 셈이다.
종부세 기준도 논란이다. 지난 2009년부터 12년째 9억원에 맞춰져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12억 또는 15억원으로 높이자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일단 정부는 종부세 기준을 상향 조정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시세대비 현실화율 90% 목표로 공시가격이 매년 15~20% 정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준 금액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걷다보니 서민까지도 종부세를 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은마·잠실5 등 집주인들 인하요구 단체행동
공시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집주인들의 단체 행동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최근 은마 소유자 협의회 측은 이의신청을 제기할 주민들을 접수했다. 의견을 취합해 우편으로 공시가격 조정을 요청했다.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시가격 15억9000만원짜리 강남구 은마아파트(84.43㎡)를 한 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보유세가 작년 372만9000원에서 올해 540만1000원으로 42% 오른다. 잠실주공5단지도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해 민원을 제기했다.
올해는 비강남권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특히 노원구는 공시가격 상승률(34.66%)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와 상계동 주공아파트 일대 주민들이 공시가격 재산정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34%에 달하는 인상률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세종시(70.68%)도 공시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 세종시 새뜸마을 9,·12단지, 수루배마을 아파트뿐 아니라 세종시 측도 문제를 제기했다. 표준지 공시가격과 개별 공시가격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시는 종부세 대상 공동주택이 작년 25가구에서 올해 1760가구로 1년새 70배 늘었다.
세종청사 인근 P 공인중개소 사장은 "세종시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70% 정도 급등하자 단체 행동에 나선 단지만 2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값이 상승해 공시가격이 추세적으로 오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1년새 세부담이 2배 가까이 오른 것은 과도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 "공시가격 산정기준 문제없다"...이의신청 반영률도 보수적
전국에서 공시가격 인상률 재조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와 서초구가 집단으로 반발한 부분에도 조사 결과가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시가격 검증 관련 건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1.04.05 kilroy023@newspim.com |
공시가격이 일부 시세의 90%가 넘는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것. 시세대비 90%를 초과하는 공시가격은 없으며 대부분의 단지가 시세와 비교해 70~80% 수준에 맞춰 결정됐다는 것이다. 전년 말 기준 시세를 토대로 감정평가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만 공시가격이 높거나, 일부 단지에만 높은 책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의신청에 따른 재조정 비율도 예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산 및 실거래가 적용 오류 등 시스템적인 하자를 제외하고 공시가격 재산정이 쉽지 않다. 작년 국토부와 감정원 조사 결과 가격이 조정된 건수는 915건으로 의견 수용률은 2.4%에 불과했다. 이의신청 반영을 극히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재산정 여지를 둘 경우 공시가격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산정은 현재 시세도 중요하지만 과거 추이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특이 거래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이의신청된 내용을 취합해 재검토한 뒤 오는 29일 최종적인 공시가격을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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