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증진' 목적으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복수 음료 업체들 "원재료 조정은 불가능…결국 가격 오를수도"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국회에서 국민 건강을 이유로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자 음료업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음료업계는 설탕세가 도입되면 생산 원가의 상당부분이 상승될 우려가 있어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24일 국회와 음료업계에 따르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설탕세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의의 불씨가 됐다. 해당 법률안은 당류가 들어간 음료를 제조하거나 가공, 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설탕세 도입 논의 본격화. 2021.03.24 jellyfish@newspim.com |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도입한다는 설탕세…무슨 내용이길래?
설탕세는 설탕이 들어간 식음료 제품에 세금을 물리는 것을 뜻한다. 담배에만 부과해오던 '건강부담금'을 비만과 당뇨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당류 첨가음료'에도 부과해 판매감소 및 대체음료 개발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강병원 의원은 '설탕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1일 당 섭취량은 73g으로 1일 권장량에 3배에 달한다"며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강 의원이 제안한 설탕세는 설탕 함량이 많을수록 부담금이 커지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이를테면 당이 100L당 20kg을 초과하면 100L당 2만8000원, 16~20kg이면 100L당 2만원 등 설탕 함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물리는 식이다.
그러나 설탕세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실제로 주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는 "설탕도 세금내고 먹어야 하나", "목적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설탕세가 도입되면 이후에는 짠 음식에도 '소금세'를 적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제로 칠성사이다. [사진=롯데칠성]2021.02.16 jellyfish@newspim.com |
◆음료업체 '고심'…"결국 소비자價 인상 반영은 불가피할 듯"
설탕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음료업계와 소비자들은 음료 가격의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업체 차원에서 세금 인상분을 흡수해서 판매할 경우 향후 소비자 가격 인상 반영은 불가피한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탕세가 도입되면 음료수 250ml 기준으로 원가가 약 27원 가량이 오른다"며 "출고가는 그보다 더 오를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 자체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 설탕맛에 익숙해져 있는만큼, 설탕세가 도입된다고 해서 원재료 비율을 바꾸거나 할 수 없어 세금 상승분이 그대로 원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칠성 및 한국코카콜라 등 음료업체들은 설탕세 논의에 관해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찐자'(살이 확 쪄버린 사람)가 양산되면서 음료업체들이 주도적으로 '당분'을 뺀 무당분 혹은 저당분 음료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탕세를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저당 음료 시장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저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이 2016년 903억 규모에서 2020년 1329억원으로 47% 이상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저당 음료는 주로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로 단맛을 낸다. 이제까지 코카콜라의 '제로 콜라'가 저당음료 시장을 홀로 이끌었지만 최근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에서 각각 '칠성사이다 제로'와 '스프라이트 제로' 등을 출시하며 다양성이 더해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음료 업체들이 '설탕세'를 겨냥해서 저당음료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로 다이어트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커지면서 이를 반영해서 만든 것"이라며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이미 '저당'음료를 만들어서 소비자 건강증진을 위해 일하고 있는 만큼 설탕세 도입 논의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탕세 도입으로 영향 받는 기업은 어디?
설탕세가 도입되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업체들은 단연 음료업체이다.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칠성사이다'를 만드는 롯데칠성, 콜라와 스프라이트를 판매하는 한국코카콜라와 이온음료 등으로 유명한 동아오츠카 등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각 업체별 대표음료는 설탕 함량이 높은 편이다. 250ml 기준으로 코카콜라는 29g, 칠성사이다는 21g, 또 포카리스웨트는 17g이 들어있다. 각각 한국코카콜라·롯데칠성·동아오츠카 제품이다. 간단하게 즐기기 좋은 롯데칠성음료의 레쓰비 커피도 175ml 기준으로 16g이 들어있다.
설탕세 도입을 가정할 때, 단순 계산시 코카콜라는 100L당 설탕이 11.6kg 함량되어 있기 때문에 100L 생산시 1만10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를 250ml 기준으로 나누면 약 27.5원이 된다. 결국 음료업체 전반은 과세로 인해 가격을 올려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세금 부담이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탓에 음료업체 자체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통상 원가가 오르면 출고가는 원가 대비 약 40~60% 가량이 비싸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설탕은 음료수 뿐 아니라 단 맛이 첨가된 유제품 및 제과·제빵 제품 등 전방위적인 식품에 포함된다. 때문에 설탕세로 인한 가격인상 도미노 현상은 음료 업체에서 결국은 SPC나 오리온 같은 제빵·제과 업체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제과 제빵에 쓰이는 설탕양은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베이커리 매장과 제과업체 등에서 판매하는 빵 30개 제품을 가지고 조사한 결과, 100g당 평균 당 함량은 18.6g 가량이었다. 빵과 과자는 주로 100g 보다 부피가 큰 만큼 설탕 함량은 18g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아직까지 설탕세 논의는 '음료'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제빵제과 업체로까지 확대될 경우 당 함량이 높은 탓에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과제빵업계 관계자는 "설탕세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법이 도입되거나 한 것이 아니라서 당장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 나아가 설탕세가 전반적인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설탕은 사실상 모든 음식에 포함되는데, 설탕세가 도입된 이후에는 설탕과 같은 '나트륩'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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