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시설 90% 이상 문 닫아
고등학교 진학 후 학교 그만두는 비율 높아
'또 실패할 것' 두려움 큰 학교 밖 청소년들…지원책 마련 필요 목소리도
[편집자]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사태가 해를 넘겼습니다. 국내에서는 3차 대유행까지 이어지며 유례없는 고통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노숙인 등 취약계층이나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한)부모들, 학교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 극심한 취업난에 몰린 청년, 생사의 기로에서 신음하는 자영업자 등 벼랑끝으로 몰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겨울보다 차가운 현실을 겪고있는 취약계층의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모든 학교가 온라인으로 수업하면서 '학습격차' 논란이 많았지만, '학교 울타리'에서 벗어난 친구들은 어디에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코로나 사태 등 때문에 또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들도 많았어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3년째 대학입시를 도와온 서강대 3학년 강예은 학생은 지난 한 해를 이같이 회상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그동안의 '학습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학교 내 교육격차는 더 벌어졌고, 학교 밖 상황은 더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의 학습 및 생활을 돕던 기관의 90% 이상이 문을 닫으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상황에 더 악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제공=서울시교육청 wideopen@newspim.com |
◆학령인구 줄었지만, 학업중단 학생 매년 증가
학교밖 청소년은 5만명이 넘는다. 7일 통계청과 국가교육통계센터 자료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 기준 학령인구는 576만644명으로 2016년 대비 29만여명(4.9%)이 줄었지만, 학교를 떠나는 학생은 5만2500여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4800여명(9.3%)이 늘었다.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 추세에 있지만,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셈이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은 고등학교로 갈수록 비율이 더 커졌다.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은 고등학생 1학년이 32.6%로 가장 많았고, 고교 2학년이 14.2%,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은 11.6%, 중2는 9.9%, 중3은 8.8%, 중1은 7.8%, 고3은 3.2%였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일어나기 힘들어서'가 27.5%로 가장 많았고, '공부하기 싫어서' 27.2%,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 22.3%, '검정고시 준비' 15.3%, '학교 분위기와 맞지 않아' 14.4%,'특기 살리려고' 14%, '폭력·왕따 문제' 10% 등이었다. 다만 서울의 경우 학교를 그만둔 이후 학생의 50%는 다시 공부했고, 취업한 청소년은 32.4%였다.
◆올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늘지만, 관심 낮아지는 분위기 우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은 학업중단학생을 대상으로 '도움센터'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8월 서울 관악구에 도움센터 '친구랑'을 개설하고 학습을 비롯해 진로·복지 등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국 도움센터 10곳 중 9곳이 문을 닫으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도도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소속감 등이 필요한 학교 밖 청소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수의 기관들이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김경애 실장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으로 개강한 후 운영되지 못한 기관들이 많았던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큰 문제는 학교를 떠난 학생들의 고립인데, 이런 문제는 지역 사회의 교육복지 안전망에서 다뤄졌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그만 둔 학생의 대다수가 가정이 어렵거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집에 있으라고만 했다"며 "일부 지자체는 온라인이나 소규모로 청소년 관련 시설을 운영했는데, 이를 참고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프라인으로 진행해 왔던 역사예술문화체험 프로그램이나 오케스트라 활동, 외국어, 문화예술 활동 등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학습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는검정고시 지원, 정서·진로프로그램 지원, 동아리활동 등을 위한 민·관·학 TF를 운영하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6일 서울시 용산구 디지털대장간을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가운데)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제작한 전기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김범주 기자 wideopen@newspim.com |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종합지원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학교 안과 밖 어디에 있든 배움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연결돼 있도록 필요한 교육에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청소년들이 단순 암기형 학습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배움을 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연계 블렌디드(blended) 플랫폼 제공, 검정고시 지원단 운영, 학교 밖 학생 지원을 위한 마을 생태계 조성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실장은 "공무원들이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듯 지자체가 청소년들에게 소규모의 학습 공간 같은 것을 마련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