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고성능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밀려 가라앉던 랩톱과 데스크톱 등 PC 시장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PC 수요는 2007년 아이폰 데뷔 이후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제조업체들은 주문량 생산이 수개월씩 밀려 있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제조업체 에이서(Acer)의 남북미 사장인 그렉더개스트 사장은 "공급이 전례 없이 타이트하다"고 말했다.
[파리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프랑스에 코로나19(COVID-19)로 휴교령이 내려져 파리의 한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2020.04.03 gong@newspim.com |
글로벌 PC의 연간 출하량은 2008년 약 3억개로 정점을 찍은 후 2억5000만개까지 줄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출하량이 다시 전년비 15% 증가한 3억개에 근접하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2021년 말이면 전 세계 PC 및 태블릿 사용량이 17억7000만개로 2019년의 16억4000만개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으로 원격 학습과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PC 수요가 스마트폰을 제치고 급증하고 있다. 한 가정에 한 대씩 있던 PC가 학생과 재택근무자 등 가족 구성원마다 한 대씩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 세계에 몇 개 안 되는 대형 PC 업체들이 공급업체들을 늘리고 출하 속도를 끌어올리고 내년 업그레이드된 모델 출시 등을 예고하며 소비자들의 구매 시기를 늦추려는 노력까지 펼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에이서의 그렉더개스트 사장은 운송 기간을 1개월 단축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 화물선과 화물열차 대신 화물기를 이용해 전 세계 교육기관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립라인의 물량이 밀려 있어, 일부 고객들은 몇 개월씩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스크린과 프로세서 부품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카날리스의 이샨 더트 애널리스트는 지난 4월 한 고객사가 공급업체에 1주 안에 받을 수만 있다면 키보드가 달린 기기라면 어떤 것이든 받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 각국 정부의 학교와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PC 업그레이드가 늘어나면서 수급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시장분석업체 IDC의 라이언 리스 부사장이 설명했다.
한편 앞으로 몇 개월 내로 출시될 일부 PC들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새로운 사양을 자랑한다. 원격 수업이나 화상 회의에 더욱 적합하도록 카메라와 스피커 성능을 강화하고 4세대(4G) 또는 5G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달 PC 메이커 델(Dell)의 샘 버드 사장은 "PC 시장이 르네상스를 맞아 로그인과 카메라 끄기 등의 단순 작업을 시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기기들이 곧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분기 델 PC의 온라인 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 매년 블랙프라이데이 때마다 대규모 판매를 축하하며 텍사스 본사에서 종을 울렸던 델의 판매팀은 올해에는 각자 집에서 PC로 줌(Zoom)에 접속해 함께 가상의 벨을 울리기도 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