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 '40억' 신고가…헬리오·리센츠도 '최고가 행진'
조합설립 앞둔 '막차타기 수요'…"매물 없어 팔리면 신고가"
지방 '조정지역'에 전국 상향평준화…강남 저렴한 '착시현상'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최근 집값이 오른 지방이나 수도권 물건을 정리한 사람들이 더 좋은 지역을 찾아서 서울 강남으로 갈아타고 있어요. 강남 중에도 대치동, 삼성동, 잠실동, 청담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보니 반포동, 서초동, 압구정동으로 오는 거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서울 강남 집값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이 대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데 따라 서울 강남에 '역풍선효과'가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10.08 leehs@newspim.com |
◆ 압구정 현대 '40억' 신고가…헬리오·리센츠도 '최고가 행진'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 144㎡는 지난 12일 역대 최고가인 40억원(5층)에 팔렸다. 이 단지 87동 전용 144㎡ 일부 매물은 이보다 높은 41억~42억원에 매도호가가 나와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5㎡는 지난 19일 신고가인 21억2000만원(26층)을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는 두 달 전인 지난 9월 29일 19억7000만원(17층)이었는데, 이보다 1억5000만원 더 오른 가격이다.
같은 단지 전용 100㎡도 지난 17일 24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가인 지난 7월 29일 21억44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올랐다.
일부 단지의 매도호가는 최고가보다 높다. 헬리오시티 304동 전용 85㎡ 중층 매도호가는 지난 9일 하루새 21억7000만원으로 1억원 뛰었다. 315동 전용 100㎡ 고층 호가는 지난 14일 25억원으로 5000만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전용 85㎡는 지난 3일 23억2000만원(18층)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5일 거래가격인 22억9000만원보다 3000만원 더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고가아파트도 직전 최고가에 근접해지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는 지난 1일 44억5000만원(28층)에 팔렸다. 지난달 25일에는 같은 층, 같은 면적이 신고가인 45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103동 전용 112㎡ 고층 호가는 45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98㎡는 지난 21일 47억원(15층)에 거래됐다. 한 달 전인 지난 11월 17일 같은 면적 아파트가 기록한 최고가인 48억원(20층)에 근접한 수준이다.
◆ 조합설립 앞둔 '막차타기 수요'…"매물 없어 팔리면 신고가"
최근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처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3째주 기준 강남구(0.08%)는 정비사업 진척 기대감이 있는 압구정동 위주로 올랐다.
송파구(0.10%)는 가락·잠실·방이동 등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 위주로, 서초구(0.09%)는 방배·서초·우면동 등 중저가 단지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압구정동은 최근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어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달 압구정동 4구역은 조합창립 총회를 열고 강남구청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했다. 5구역과 1, 2, 3구역도 내년 초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6·17 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은 2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으면 분양권을 못 받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 규제를 피하려면 내년 3월 전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또한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 이후에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압구정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압구정 아파트들은 재건축 조합설립 직전 단계라서 손님이 몰리는 분위기"라며 "조합설립이 된 후에는 조합원 지위양도가 안 되니까 그 전에 막차를 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물 자체가 몇 개 없다"며 "매물이 하나 팔리면 기존보다 높게 거래되니 신고가가 나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 지방 '조정지역'에 전국 상향평준화…강남 상대적 저렴 '착시현상'
또한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을 대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강남 일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4개 광역시 일부 지역과 파주, 천안, 창원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규제가 가해지다 보니 지방보다 입지가 좋은 서울 강남에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 집값이 조정지역으로 묶일 정도로 상향 평준화된 만큼 강남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착시현상도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3월 입주하는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1694가구) 84㎡ 입주권은 이달 20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거래됐던 신고가 18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오른 값이다.
가락동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마포 아파트가 30평대 기준 20억원을 찍었다고 들었다"며 "세종시도 17억원으로 올랐고 수도권 30평대 아파트가 대체로 20억원 하니 강남 쪽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헬리오시티는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사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강남 아파트 위주로 수요자가 몰려드는 것이다.
압구정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매물이 없다"며 "그래서 반포동, 서초동, 압구정동에 사람들이 더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