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베이비박스 맡겨진 아이 늘어…"신상 노출 두려워"
미국 일부 주는 영아 유기 처벌 안 해…"임신부터 출산까지 정부 지원 필요"
김미애 의원실, 생명사랑법 이르면 이달 중 발의…"정부 지원 체계화될 것"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최근 영아 유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이와 아이 부모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아이를 유기하는 부모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선행정후지원' 체제를 '선지원후행정' 체제로 바꿔 아이와 부모 모두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베이비박스를 처음 국내에 도입한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0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은 1806명에 달한다. 한 해에 160명꼴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시행 첫 날인 8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병원에서 의사가 독감 접종을 하고 있다. 이번 2020∼2021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이며, 국가에서 지원하는 백신 역시 기존 3가 백신에서 4가 백신으로 변경됐다. 2020.09.08 yooksa@newspim.com |
◆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 늘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은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급속히 늘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친생모가 아이 출생신고를 하고 본인의 호적에 먼저 올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 신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자마자 아이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며 "이후 한 해에 260~270명씩 들어왔다"고 전했다.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 보호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양 사무국장은 "아이를 버리고 싶어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베이비박스는 정말 불가피하게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 특히 미혼모들이 아이를 버리러 오는 게 아니라 지키러 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들은 대부분의 부모는 대부분 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등 사회 시스템 밖에 있는 20~25세가 많았다.
사단법인 BtoB(비투비)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의 정보를 분석해 발간한 '베이비박스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의 33.8%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PC방, 찜질방, 여관, 모텔, 고시원, 친구 집 등을 전전하는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가 사망하거나 가정폭력 혹은 학대로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 임신과 피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임신한 사실을 6개월 혹은 8개월 때 알게 된 사례도 있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는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언덕길에 있다. 제주도에서 영아를 비행기에 태울 수 없으니 배를 타고 인천항에 도착해 꼬박 16시간을 걸려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맡기는 걸 버린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미국 일부 주는 영아 유기 처벌 안 해…"생명사랑법 통과돼야"
일부 해외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영아를 유기하는 경우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미국 각 주에서는 일명 '아기모세법' 또는 '영아피난소법'을 제정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의 영아 유기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국회도서관에서 올해 2월 발간한 '베이비박스 법적 지원 관련 미국 입법례' 보고서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생후 72시간 미만인 영아의 부모 또는 법적 양육권이 있는 개인이 안전보호시설에 물리적 양육권을 포기한 경우 영아유기죄에 대해 기소하지 않는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도 생후 30일 미만의 아이를 익명으로 병원, 경찰서, 소방서 또는 응급의료시설에 두고 갈 수 있고 아이를 두고 간 부모를 추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은 이르면 이달 중 생명사랑법(보호출산제) 제정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생명사랑법은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선행정후지원'을 '선지원후행정' 체제로 바꾸고, 임신부터 출산까지 정부가 책임진다는 내용이 골자다. 10대 청소년이나 미혼모 등이 위기 임신을 했을 때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전 과정에서 국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미혼부의 책임을 묻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김미애 의원실은 "친권은 미혼모뿐 아니라 미혼부에게도 있다"며 "미혼부 책임은 각종 법안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라, 미혼부 책임을 묻는 내용도 녹여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생명사랑법이 통과할 경우 미혼모 등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부모들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는 "위기 임신을 해 병원에 가면 신상이 노출되고, 청소년의 경우 학교에서도 불량 학생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며 "생명사랑법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을 보호하고,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겼더라도 기저귀, 양육비 지원 등을 통해 아이를 다시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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