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북한 포로 억류…33개월간 강제노동
원고 "김정은에 대한 재판권 인정한 국내 최초 판결"
북한 저작권료 20억 법원 공탁…채권추심 통해 지급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돼 강제노역을 한 국군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첫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측은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직접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이정표적인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오후 2시 탈북 국군포로 한모(86) 씨와 노모(91) 씨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2100만원씩 각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6.25 전쟁 당시 북한으로 끌려가 수년간 강제노역을 하고 탈북한 국군포로 한모 씨와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등 관계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승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부장판사는 이날 한모 씨와 노모 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20.07.07 mironj19@newspim.com |
판결 이후 위 소송을 주도한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며 국군포로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명한 국내 최초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의 수령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이 우리 국민에 대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이들을 피고로 하여 우리 법정에서 직접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이정표적인 판결"이라고 의미를 되짚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북한 국군포로 피해자 한 씨는 "지난 2016년부터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해주고 협조해준 덕분에 오늘의 좋은 판결이 나왔다"면서도 "그동안 정치권과 사회는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참 섭섭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 씨는 승소의 기쁨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로 내 신상이 공개되면 아직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갈 피해는 말도 못 할 것"이라며 "보도에 있어 신중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원고 측 대리인단은 이번 소송에서 △우리나라 민법상의 불법 행위 △정전협정상 포로 송환 의무 위반 △전쟁 포로 대우에 관한 제네바 제3협약 위반 △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한 제29조 협약 위반 등을 근거로 북한과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설득해왔다.
원고 측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53년부터 1994년 사망 시까지 저지른 불법행위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1994년부터 원고들이 국내로 귀환한 2001년경까지 저지른 책임 등에 대한 위자료 청구액이 총 6억원에 이른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물려받은 상속책임 분을 계산해 각 2100만원의 지급을 사법부에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모두 인용했다.
물망초 측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북한에 대해 지급 의무가 있는 저작권료 약 20억원을 법원에 공탁해 둔 상태라며 이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원고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수환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국내로 송환되지 못한 국군포로가 최소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판결을 토대로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생존 피해자 및 유족들의 피해 구제와 더불어 미송환 포로들의 국내 송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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