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현물 수요가 무너진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도하는 금값 랠리의 영속성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중국과 인도의 귀금속 수요가 살아나기 힘든 만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꺾일 경우 금값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 현물과 투자 수요 괴리 속에서도 금값 상승 추이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바 [사진=로이터 뉴스핌] |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금값은 연초 이후 17% 랠리했다.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온스당 1800달러 선을 뚫고 오른 금 선물이 2011년 기록한 최고치인 1900달러 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들어 금값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한 투자 수요다. 업계에 따르면 금 연계 ETF가 보유한 자산 규모가 연초 이후 600톤 이상 급증했다.
금 ETF의 자금 유입은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기록한 연간 최고치에 근접했고, 금융상품의 금 매입 규모는 중국과 인도의 현물 수요를 앞질렀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신흥국의 금 현물 수요가 올들어 8%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사태에 결혼식을 포함한 각종 행사가 줄어들었고, 보석 수요 역시 한풀 꺾인 탓이다.
금값 향방을 주시하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ETF를 축으로 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금 선물이 하락 압박을 받거나 현물 수요가 살아나면서 금값을 추가로 밀어올릴 가능성이 동시에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후자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팬데믹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이후 회복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데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기준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달러화 약세 흐름이 예상되는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상당수라는 것.
이 때문에 금 현물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금융 측면의 상승 동력에 따라 추세적인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DW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아메리카의 다웨이 쿵 상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실물 수요와 무관하게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의 금 ETF 매입 열기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신흥국 소비자들의 귀금속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값 상승을 더 부추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스티브 던 ETF 헤드는 "올해 금 수요는 전적으로 투자 상품이 주도하고 있다"며 "최근과 같은 유동성 흐름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필립 퓨처스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미국 주요 지역의 경제 봉쇄 완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가 지속적으로 확대, 금의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뭄바이 소재 아난드 라티 셰어스의 지가 트리베디 상품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마찰과 경기 회복의 지연이 안전자산 투자 심리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RBC 캐피탈 마켓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값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매크로 경제 여건"이라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와 0% 수준의 선진국 기준금리가 강력한 호재"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값과 함께 금광주가 강한 랠리를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SE 아르카 골드 마이너 인덱스는 연초 이후 23% 급등했다.
특히 캐나다의 킨로스 골드와 바릭골드, 미국 뉴몬트 코퍼레이션 등 북미 지역 주요 종목이 40% 치솟았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