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에 영재센터 후원금 18억원 강요 등 혐의
검찰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기존 구형 유지"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 등 대기업에 후원금을 부당 강요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41)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원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구형했다. 장 씨는 박근혜(68)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1시 1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와 김종(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곧바로 종결했다.
삼성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가 지난 2017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검찰은 장 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해선 징역 3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에 비춰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피고인은 최초 구속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내밀한 관계에 대해 상세히 진술하며 실체적 진실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급급한 다른 국정농단 사건 관련 피고인과는 매우 대조적이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기존 구형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장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강요죄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됐다"며 "이런 점을 깊이 참작해 무죄를 선고해주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기록상 모든 정상을 두루 참작해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내려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 씨는 최후진술에서 "지난 4년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고, 잘못을 뉘우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착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살도록 하겠다"고 울먹였다.
김 전 차관도 "그동안 저의 잘못을 성찰하며 뼛속 깊이 참회하는 심정으로 지냈다"며 "이런 심정을 깊이 헤아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와 김 전 차관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장 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8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삼성전자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 2억4000만원을 가로채고,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차관은 장 씨와 함께 영재센터 후원을 압박하고, GKL을 상대로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더블루K와의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 장 씨는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1년 6월로 감형됐다. 김 전 차관은 1·2심 모두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장 씨가 삼성그룹 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와 영재센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봤지만 보조금관리법위반 및 사기 등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은 "기업 대표 등에게 특정 체육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강요 부분을 무죄 취지로 직권 판단해 파기·환송했다.
장 씨 등의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은 7월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