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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개선안 확정...증권가 "규제 불가피vs시장 위축 우려"

기사입력 : 2020년04월27일 14:27

최종수정 : 2020년04월27일 14:31

자산 500억 초과시 외부감사 의무화
자전거래 비중 자산 20% 제한 등 담겨
DLF·라임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 제고 목적
2011년 파생시장 규제 강화 후 시장 위축된 사례도 있어
업계 관계자들 "당국·운용사 모두 재정비 기회로"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지난 주말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개선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로 상처 입은 시장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 우세한 가운데 과거 파생상품 규제처럼 실효성 대신 오히려 시장만 죽일 수 있다는 일부 우려 섞인 반응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앞서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최종안에는 자산운용사, 판매사, 수탁기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투자자 등 시장참여자 간 상화 위험관리 강화와 복층·순환투자 구조 펀드, 총수입스와프(TRS)와 같은 차입운용 펀드에 대한 관리·보호장치 강화, 감독당국의 감독 및 검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적격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환매 연기시 집합투자자총회를 3개월 안에 열어 환매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의무하고 펀드 자전거래 규모 직전 3개월 평균 수탁고 20% 이내 제한, 자산총액 500억원 초과시 외부감사 의무화 등이다.

환매 연기시 집합투자자총회를 열게한 것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라임운용의 대규모 환매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공보펀드에 적용 중인 사안으로, 환매 연기시 자산운용사는 집합투자자총회를 통해 환매 대금 지급시기와 방법, 추가 환매 연기 기간 등을 정해야 한다.

펀드 자전거래 제한 및 자산총액에 따른 외부감사 의무화 역시 운용사 내부통제 및 펀드재산 평가 공정성 차원에서 마련됐다. 다만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을 경우 해당 의무를 면제하는 예외조항도 신설됐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제도개선 주요 추진방안 [자료=금융위원회]

일단 업계에서는 해외금리 연계 DLF나 라임 사태를 통해 불완전판매, 운용상 위법 및 부당행위 등 투자자 보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후속조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국면에 진입으로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던 투자자들이 상황에 따라 고수익이 가능한 사모펀드에 눈을 돌리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여기에 정부가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기자본 요건을 완화하고, 설립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규제완화에 나서면서 법적 테두리에 사각지대가 커진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2015년 자본시장 활성화 명목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했다.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기준을 기존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국내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운용자산은 두 배 이상 커졌고,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투자금액 역시 2014년말 10조원에서 2018년말 23조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커진 사모펀드와 달리 이들이 보유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공모펀드와 달리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이 비중이 월등히 높으면서도 개방형 펀드 비중이 높은 사모펀드 특성상 유동성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이를 막지 못한 것이 DLF, 라임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개방형 펀드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2배 이상 성장해 55조 달러에 육박할 만큼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신용이벤트와 기초자산 부실이 병형될 경우 사모펀드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규제 강화는 결국 일반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진입 허들을 높이면서 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판매 전 단계부터 판매사 및 수탁기관, PBS 증권사의 관리·감시 책임을 이전보다 강화했다. 또 적격 일반투자자에 대한 상품 설명의무와 함께 비시장성 자산(시가가 없는 자산) 투자비중이 50%을 넘으면 개방형 펀드 설정을 금지하고, 폐쇄형 펀드로 설정하더라도 펀드자산의 가중평균 만기 대비 펀드 만기가 짧은 경우 펀드설정을 제한하도록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사가 상품의 적정성과 운용 현황을 하나하나 감시하게 되면 '을'의 입장인 자산운용사들은 안전자산으로 구성된 상품만 제공할 수 밖에 없다"며 "사모펀드에 자금이 몰린 이유가 공모펀드 대비 높은 수익률인데 손실 위험을 낮추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파생상품시장 건전화 조치 이후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크게 위축된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거래량 기준 2011년 세계 1위였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손실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2년 뒤인 2013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바 있다. 

금융위기 기점 개방형 펀드 순자산가치 변동 추이 [자료=영란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이베스트투자증권]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안에 따라 규제의 경중을 정하기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규제 체계를 손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자산운용업계 또한 스스로 내부통제 및 중요 의사결정구조 강화를 통해 위험자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모펀드 운영리스크와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각종 규제가 도입된 이후 최근에는 투자자 간 형평성 및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 차원에서 강화되는 추세"라며 "감독당국은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행 체계를 개선하고, 국내 운용업계는 자체적인 위험관리 조직 및 체계, 내부통제 기준, 유동성리스크 관리체계 등을 재정비해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mkim0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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