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홍채인식과 달리 신체 내부 구조적 특성 활용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개인의 뼈, 근육, 지방, 혈관 정보를 활용해 복제가 불가능한 바이오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앞으로 차세대 보안기술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사람을 구별해 인증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술은 인체의 뼈, 근육, 지방, 혈관, 혈액 및 체액 등 구성요소가 개인마다 구조적으로 차별화되고 복잡성이 높다는 특징을 이용했다. 신체 특징을 신호체계로 바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인체 전달 특성 기반 신개념 생체 인증 기술 개요 [자료=ETRI] 2020.01.30 nanana@newspim.com |
이번 성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와 IEEE 트랜젝션 온 사이버네틱스(Transactions on Cybernetics) 등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연구진은 지문, 홍채, 얼굴 인식 등 현재 상용화된 생체인식 인증기술들이 이미지 처리 기반 기술로 복제가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기존 인증기술은 외형 이미지에 치중했으나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은 신체 내부 구조적 특성을 활용한다.
손가락을 인증대상으로 설정할 경우, 손가락 내 해부학적 조직 특성에 따라 달라진 신호를 반영한다. 마치 건강검진 시 초음파 촬영을 하거나 체지방을 측정하듯 손가락에 진동과 같은 기계적 신호나 미세한 전류와 같은 전기적 신호로 손가락의 구조적 특성을 획득, 사람을 구별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인증 단계 편의상 손가락으로 시연을 진행했지만, 신체 부위 어디든 미리 등록을 해놓으면 인증대상의 해부학적 특성을 모델링하면서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번 개발의 핵심기술로 ▲생체 조직 모델링 기술 ▲딥러닝 생체 신호 분석 기술 ▲진동, 전극 소자 기술 등을 들었다.
ETRI의 '인체 전달특성 기반 바이오 인식 시스템'은 현재 성인의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 전기 및 음향 신호를 인체에 전달하기 위해 ▲에너지변환기(Transducer) ▲센서 ▲신호 처리부로 구성됐다. 손목시계형으로도 만들어 전극을 손목 부위에 닿도록 구현했고 향후, 본 시스템은 센서나 칩 형태로 경량화할 계획이다.
ETRI의 기술은 기존 생체인식 기술에 비해 원천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고 연속적 생체 인증이 가능하다. 편의성도 좋아 우리 몸의 특정 위치에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인증이 가능하다. 의식적으로 손끝이나 얼굴을 센서에 가져갈 필요 없이 부착형 또는 모바일 기기의 무자각 상태에서 개인 인증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성과는 연구진이 보유한 생체 정보 획득 관련 핵심 원천연구 노하우를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것이 ETRI측 설명이다. 연구진은 향후 세계적인 생체 인식 및 보안기기 전문업체에 기술을 이전하여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실제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기술을 적용해 사이버 결제, 현금자동입출기(ATM) 입·출금 등 금융 결제, 인터넷 자동 로그인, 출입 통제, 자동차 문손잡이, 가정용 맞춤형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제공을 비롯, 병원에서 환자 정보 관리를 위한 스마트 시스템 등으로 적응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안창근 ETRI 의료정보연구실 박사는 "스마트폰을 잡았을 때 인증이 되게 하거나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로 의자 좌석에 착석시 인증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이 기술이 미래 생체 인식 산업의 원천 기술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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