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월가의 옵션 트레이더들 사이에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겨냥한 베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이 올해 주식시장의 가장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무역전쟁이 아닌 미국 대선을 지목한 가운데 벌어진 움직임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가라앉았던 월가의 공표지수 VIX(CBOE 변동성 지수) 역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각) 웰스 파고에 따르면 옵션 트레이더들이 정치권 리스크를 앞세운 변동성 상승 가능성에 공격 베팅하고 있다.
특히 내달 2일 아이오와 주의 민주당 코커스와 3월3일 이른바 슈퍼 화요일을 전후로 뉴욕증시가 널뛰기를 연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가는 옵션을 포함한 파생상품을 이용해 변동성이 상승할 때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포지션을 구축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VIX가 상승할 때 차익을 내는 구조의 파생 상품 역시 커다란 인기몰이를 하는 한편 관련 옵션의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렌(민주, 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을 포함해 반시장 성향의 민주당 후보에 대해 월가가 커다란 경계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내달 3일로 예정된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를 주시하고 있다.
첫 라운드에서 15% 이상의 표를 확보하지 못한 후보들은 사실상 탈락으로 간주되는 만큼 여기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윤곽이 일정 부분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어 3월3일 10여개 지역의 대선 관련 코커스 및 프라이머리가 집중된 이른바 슈퍼화요일 전후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베팅하는 옵션 거래도 후끈 달아올랐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슈퍼화요일이 블랙화요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 대선 정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이 밖에 대선이 예정된 11월과 이에 앞서 9월 및 10월 증시 변동성 상승에 대한 기대도 크게 높아졌다.
옵션 트레이더들은 주요 이벤트가 예정된 시점의 S&P500 지수 변동성이 상하 0.8% 가량 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대단히 높은 수치가 아니지만 지난해 말 이후 최근까지 시장 변동성이 사실상 실종된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부추길 만 하다는 평가다.
크레디트 스위스(CS)에 따르면 과거 경험 상 대선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부터 VIX가 평균 3.5포인트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CS의 맨디 수르 주식 파생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2016년 예상밖의 대선 결과를 경험한 트레이더들이 이번에는 일찌감치 정치권 변수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라며 "관련 옵션의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들은 올해 주식시장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무역전쟁이 아닌 대선을 꼽았다.
또 골드만 삭스의 얀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아직 대선 정국이 경제 펀더멘털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불확실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한편 기업 투자를 포함한 경제 활동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