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연 소속 회원 4명, 첫 재판서 무죄 주장
"구속돼 양심 정당성 밝히기 어렵다"…보석 신청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10월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에 반대하며 미국 대사관저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회원들이 첫 재판에서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울러 구속 상태에서 변호인 조력이 제한된다며 불구속 재판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씨 등 4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진=한국대학생진보연합 SNS 캡처] |
이날 피고인들은 발언 기회를 얻어 직접 자신들의 무죄를 항변했다. 김 씨 등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려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행위를 적절하게 규탄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그저 법을 어긴 행동으로만 판단된다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한 자유가 없다는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적 방식으로 이뤄졌고, 시위 자유와 정당성은 법으로부터 보장될 필요성이 있다"며 "정당한 주권행사 방식으로 진행돼 무죄"라고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도 "미 대사관저 구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피고인들이 대사관 담을 넘은 것은 주거 침입 행위가 아니며 집회가 확산될 우려도 없다"며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의사표현의 한 형태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성요건이 성립된다 하더라도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판단돼야 한다"며 "미군의 주권침해 항의 목적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했다.
이날 김 씨 등은 구속 상태에서는 방어권 보장을 위한 증거 수집이 불가능하고, 변호인 접견이 제한된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당시 동영상과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조서, 체포에 관여한 경찰관 진술서 등 증거 수십개를 구속된 피고인들이 변호인과 함께 일일이 확인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양심의 문제라며 무죄를 다투고 있다"며 "이 사건은 사실관계 확정보다 양심의 문제인데, 사실관계 확정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양심을 주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보석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2020년 1월 8일 다음 재판을 열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관한 변호인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앞서 김 씨 등 대진연 회원들은 10월 18일 오후 3시경 사다리 2대를 동원,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마당에 기습 침입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를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이 주한 미국대사가 거주하는 테라스 앞에서 시위를 벌여 주거를 침입한 것으로 보고 구속 기소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이들은 지난 7월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을 요구하며 미쓰비시 한국지사 사무실을 방문,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