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과 카드의 가격 차이가 약 10만원 이상"
[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많아졌다. 금값이 오를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귀금속거리. 2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해온 A씨는 최근 가게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70만원대였던 금 1돈(3.75g) 가격이 최근 100만원을 넘어서자, 귀금속거리를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오후는 평일이었지만 금은방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거리 초입부터 금 장식품을 진열한 쇼윈도 앞에는 귀금속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 금은방에서는 10분 동안 30명 가량이 드나들며 금을 사고팔았다. A씨는 "금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팔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3가 귀금속거리에서 금은방을 운영 중인 B씨 역시 "지금 주위를 둘러봐라. 사람들로 가득하지 않느냐"며 "사려는 사람이랑 팔려는 사람 모두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정도로 손님이 몰리는 건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금 거래가 늘어나면서 현금 수요도 급증했다. 카드보다 현금으로 구매하는 편이 10만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근 주얼리센터 안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7대 앞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인근 상인은 "현금과 카드의 가격 차이가 약 10만원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설치된 7대의 ATM은 한 차례도 비지 않았다. 한 번 돈을 찾을 때 비교적 큰 금액을 인출하는 듯, 오랜 시간 서 있다가 금은방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ATM 앞에서 만난 C씨는 "주식, 코인 등 투자처가 많지만 전문가들이 금이 가장 안전자산이라고 해 구매를 결정했다"며 "이미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 판단해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값 급등'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0년 넘게 세공업을 해온 D씨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지금 가격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다"며 "오늘은 은을 사러 왔는데 가격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길이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금보다 은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가짜 금'이 기승을 부리자 은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었다. 귀금속거리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 E씨는 "집에 있던 은수저를 팔기 위해 나왔다. 오늘 은수저 4벌을 팔아 받은 돈만 약 120만원"이라며 "이 돈으로 다시 은을 살 계획이다. 금은 요즘 가짜가 많아 위험하다고 생각해 대신 은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의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는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중동 지역 불안과 같은 대외 변수, 그리고 달러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 급등은 '심리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등 주요 자산 시장이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다시 해가 저물 무렵, 종로3가 골목 곳곳의 금은방에는 불빛이 켜졌다. 반짝이는 진열장마다 금빛이 번쩍이고, 매장 안에서는 시세를 묻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