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국의 경찰 폭력 증가 추세를 지적한 칠레 출신 UN인권고등판무관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칠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칠레 대통령이자 현재 국제연합(UN) 인권고등판무관을 역임 중인 미첼 바첼레트는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브라질 내 경찰 폭력 증가를 우려하며 브라질에서 시민과 민주주의를 위한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마존 산불 등으로 원주민 사회가 위협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산불 대응을 비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따라 "브라질 주권과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가 (범죄자) 인권을 이야기하며 브라질의 용감한 경찰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 인사로 꼽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운동 당시 범죄 근절을 위해 범죄자들에게 자비없는 대응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당선 이후에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해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또한 1973년 칠레에서 벌어진 군사 쿠데타를 언급하며 도를 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바첼레트가 1973년 좌파 정권을 멈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칠레가 쿠바처럼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는다"며 군사 쿠데타를 옹호했다.
이어 살바도르 알렌데 전 정권 수하에 있다가 1973년 쿠데타로 감옥에 수감된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아버지를 언급하며 "당시 공산주의자들 중에는 그의 아버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우소나루의 강도 높은 발언에 칠레의 여야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바첼레트와 지난 대선 당시 정권을 두고 경쟁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칠레 대통령은 "바첼레트가 근거 없이 브라질을 비난하긴 했지만 보우소나루의 인신 공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피녜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칠레 전 대통령과, 특히 바첼레트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주제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플라날토 궁전에서 열린 폭력범죄 방지를 위한 공공정책 개시행사에 참석한 세르지오 모로 법무장관(왼쪽부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오닉스 로렌조니 정무장관, 파울로 게지스 경제장관. 2019.08.29.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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