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무역 전쟁의 경제적 비용을 상쇄해 줘서는 안 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연준 고위 관계자 출신의 입에서 나왔다.
27일(현지시각)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통신 기고문을 통해 “연준 관계자들은 두 가지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전쟁 고조라는 재앙의 길을 계속 걷게 돕든지 아니면 차기 대선 실패를 포함한 모든 리스크를 연준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감당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행정부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아야 한다면서 “결국 그의 재선은 미국과 세계 경제, 연준 독립성, 고용 및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연준의 능력에 모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가 최선의 장기적 경제 결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면,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 결정이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이 금리를 적극 인하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CNBC는 연준 의장과 부의장에 이어 ‘연준 3인자’ 자리로 간주되는 뉴욕 연은 총재를 맡았던 더들리의 날 선 비판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에버스코어 ISI 중앙은행전략 글로벌 정책대표 크리쉬나 구하는 “이번 논평이 현 연준 지도부에 역효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연준의 정책 결정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의무에 따라서만 결정될 뿐”이라면서 “정치적 요인은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최근 열렸던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미국에 대한 경제적 위험임을 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파월 의장을 ‘적(enemy)’으로 규정하며 또 한 번 격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중책을 맡았던 인사의 입에서 이례적으로 노골적인 비난이 나오면서 트럼프의 연준 때리기를 또다시 자극하지는 않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