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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IN서울] “출산휴가 내면 해고”...두번 우는 직장맘

기사입력 : 2019년08월21일 09:22

최종수정 : 2019년08월21일 09:50

서울시, 동부·서남·서부 등 3개 직장맘센터 운영
출산휴가 거부당하는 직장맘 다수, 기본권 침해 ‘심각’
김지희 센터장 “현장 고충 심각, 행정적 대응 필요”
직장내 여성차별 여전, 사회적 인식개선 절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 서울시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인구 1000만을 위한 수많은 주택·경제·교통·환경·복지·안전·문화·행정 정책들이 숨쉬고 있습니다. 뉴스핌이 [IN서울]로 그 정책들을 향해 한발 더 다가섭니다. 생생한 현장과 심도있는 진단으로 서울시 정책의 민낯을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출산을 3개월 앞둔 김지영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출산휴가를 내겠다고 하니 사장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사표를 쓰라고 했기 때문이죠. 근로기준법에도 나와있는 당연한 권리라는 항변에도 사장은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고 맞섰습니다. 법적 대응을 고려했지만, 예상되는 스트레스와 건강 염려 등으로 포기했습니다. 타의에 의해 경력이 ‘단절’된 지영씨가 출산 이후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선 사례가 어색하신가요. 얼핏 보기에는 노동환경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1980년대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올해초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년동안 전문기관에 접수된 출산, 육아와 관련된 성차별 상담건수만 8000건이 넘습니다. 지영씨와 같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현실’입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부부 1224만5000가구 중 맞벌이 비중은 46.3%(567만5000가구)입니다. 이중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부부(440만7000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51%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치만 봐도 ‘일하는 엄마’는 이제 자연스러운 모습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맘들의 직장내 노동권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성들에 비해 임금이 적고 승진이 늦으며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건 둘째치고, 30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기본권에 가까운 출산휴가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가봤습니다. 왜 유난히 직장맘들에 대한 노동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와 해법을 찾기 위해 국내 최초 직장맘센터인 서울시동부권직장맘센터를 찾았습니다.

서울시동부권직장맘센터 홈페이지 화면.

◆상담에서 법률지원까지...직장맘 돕는 ‘버팀목’

광진구에 위치한 동부권직장맘센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2년 전국 최초로 개소한 직장맘센터입니다. 기존 서울시직장맘센터에서 권역화 정책에 따라 2016년 지금의 명칭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동부직장맘센터와 함께 서남권(금천구)와 서북권(은평구) 등 총 3개의 직장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장맘센터의 주요 업무는 상담입니다. 직장맘의 상당수가 성차별 문제에 직면해도 이를 털어놓을 사람을 찾지 못해 좌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만나,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제대로 된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직장맘센터의 설립 목적이기도 합니다.

김지희 동부권직장맘센터장은 “직장맘의 가장 큰 고충은 일과 가사를 같이 해야한다는 점”이라며 “특히 3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직장내에서 제대로 된 권리보호를 못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에서 쌓은 스트레스가 집에서도 가중되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김 센터장의 설명처럼, 직장맘센터에 접수된 고충상담을 보면 소규모 사업장 근무 직장맘들의 성차별 현황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2015년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된 2만29건의 상담중 42%가 임신과 출산, 육아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 일반노동권과 관련된 내용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에 온힘을 집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아주 당연한 권리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마저 허락되지 않는 사각지대 놓여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김 센터장은 “직장맘의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소규모 기업에서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지희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 2019.08.09 mironj19@newspim.com

근로기준법상 출산휴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1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사업장이 작고 고용형태가 불안할수록 출산휴가 신청은 곧 ‘해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난해 여성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41.5%. 남성 26.3%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여기에 작은 사업장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비스업과 판매업 종사하는 여성 비율 역시 30.8%로 남성 16.1%보다 두배에 가깝습니다. 불안한 고용이 출산휴가라는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이것이 지금 직장맘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김지희 센터장 “직장맘 고충 심각해, 행정적 대안 만들것”

그동안 센터가 상담, 특히 법률상담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해 온 것 역시 이런 직장맘들의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직장내 차별 실태를 직접 파악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것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장맘의 경우, 자신의 고충을 공유한 직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심리상담 등 직장맘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김 센터장은 상담 시 울음을 토해내는 직장맘들이 적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피해를 당한 직장맘들이 법적 대응을 원할 경우, 센터는 법무사, 근로감독관 등과 함께 사업장을 찾아 중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센터가 직접적인 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 법적 해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감안, 센터에서는 직장맘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이른바 ‘논스톱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이는 민주노총 전국여성위원장(부위원장)과 동부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한 후 지난 6월부터 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김 센터장의 여성노동운동 전문 ‘노하우’와 연관성이 깊습니다.

논스톱 시스템의 대략적인 구조는 이렇습니다.

우선 △출산휴가 거부 등 직장맘들의 피해 사례가 센터에 접수되면 △지방노동청과 해당 자치구 구청장이 포함된 ‘위원회(가칭)’에 전달 △즉각적인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며 △다시 이 사안들이 지역구 의원이나 환경노동위원회로 전달, 향후 관련법 개정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되는 방식압니다. 현장의 고충이 행정대응으로 연결되는 ‘신속처리’ 시스템 마련인 셈입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지희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 2019.08.09 mironj19@newspim.com

이를 위해 다수 구청장들과의 협의는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자치구 행정의 총책임자인 구청장들이 직장맘센터 고충위원회에 참여만 해도 상당한 행정적 파급력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김 센터장은 “있는 법만 지켜도 직장맘 차별 문제는 상당 부분이 해결된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런 기본권들을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패널티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속된말로 ‘아줌마 출산휴가 보내느니 해고하고 벌금 내겠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명백한 불법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부분”고 밝혔습니다. 직장맘센터의 행정적 ‘업그레이드’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출산휴가조차 거부...차별에 두번 우는 직장맘들

직장맘센터는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열악한 상황의 엄마들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인식의 변화입니다.

‘슈퍼맘(Super+Mo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표준어는 아닙니다만, 보통 직장과 가정에서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기혼 여성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입니다.

이 단어는 허상입니다. 일과 가사를 모두 ‘혼자서’ 해내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맞벌이하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일만 맡기고 자신이 완벽하게 직장(일)과 육아를 모두 전담하는 ‘슈퍼대디’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맘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고 그래서 직장노동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대접을 받아도 된다는 의식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김 센터장은 “같은 노동을 해도 남자는 가장이니까 돈도 많이 받고 승진도 빨리하고 그렇게 열심히 살기 때문에 연차 등등도 모두 쓸 수 있지만 반대로 여자에게 집안일을 제외한 노동은 부업이라서 좀더 낮은 임금을 주고 어지간한 권리 등은 대충 넘겨도 된다는 인식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경제적 풍족이든 아니면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장내 양성평등은 남성의 몫을 여성에게 넘기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합당한 권리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기반에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권리가 아니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같은 기본권 말입니다.

김 센터장은 “직장내 여성은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인데 세상은 여전히 이 부분을 외면하고 있다. 여성에게 노동은 부차적이지 않다. 노동은 모두에게 동등하다. 그 동등함에 대한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게 직장맘센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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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관세전쟁 첫 포문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전쟁(tarrif war)의 첫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월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관세명령에 서명했다. 발효 시점은 오는 2월4일 0시1분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이틀의 시간이 남았다. 4개 당사국(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국)이 이틀 간의 협상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명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등으로 맞대응할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율을 인상할 수 있는 보복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캐나다 등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보복조치로 응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더 묵직한 보복 관세(25%를 넘는 관세율)로 응징에 나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월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예고했던 관세부과를 명령했다 [사진=블룸버그] ◆ 관세부과 대상 7년전의 4배 육박 캐나다산 석유 등 에너지 수입 품목에는 예고한 대로 10% 관세만 부과된다. 백악관 관리들은 블룸버그에 "이는 미국내 가솔린과 난방유 가격의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외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현지시간 2월1일) 자산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불법 이주민, 그리고 펜타닐을 비롯해 우리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치명적인 약물이라는 주요 위협 때문에 국제경제긴급권한법(IEEPA, 일종의 비상 경제 권한)을 발동해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인을 보호해야 하며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책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캐나다산 재화는 4186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060억달러어치는 캐나다산 원유와 천연가스, 전기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다. 같은 해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한 재화는 4752억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까지 보태면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수입품은 (2023년기준) 1조3000억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2019년 중국산 수입품에 4차례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적용 대상이었던 수입품은 약 3600억달러어치였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수입품은 금액기준으로 7년전의 4배에 육박한다. ◆ 높은 협상 문턱? 앞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로도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허술한 국경 경비 탓에 불법 이민자와 카르텔(범죄조직),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불법 펜타닐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그 온상"이라고 지적하며 "이들 나라가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거듭 공언해 왔다. 비경제적 목적, 즉 정치·사회적 목적으로 두 동맹국에 단행된 이날의 관세조치는 목표한 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다자무역협정, 즉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으로 유입되던 불법적인 펜타닐이 제거됐다고 확신이 설 때까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관세 조치의 실제 발효까지는 이틀의 말미가 남았다. 앞서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내 불법 체류자 인수를 거부했다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25%의 관세 폭탄을 맞은 뒤 9시간 만에 백기를 들었다. 백악관도 불법 이민자 추방조건을 콜롬비아가 수용하자 관세 등의 제재 조치를 유보하기로 했다. 그런만큼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대한 이번 관세조치 역시 협상의 여지는 열려 있다. 일종의 '선(先) 관세 선포-후(後) 협상'의 수순인데, 다만 미국 고위 관리들의 발언을 전한 외신들에서는 협상의 문턱이 제법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WSJ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캐나다 및 멕시코와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관세 인하의 기준이 높게 설정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진전의 최고 척도는 미국인들이 불법 펜타닐로 사망하는 사건이 멈추고 미국 국경에서의 (불법) 이주와 광범위한 범죄 활동이 '극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멕시코, 보복 예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맞대응을 예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이 4일부터 대부분의 캐나다 제품에 25%, 에너지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며 "이런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캐나다는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더그 포트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이제 캐나다는 반격하고, 더 강하게 반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 미국 내부에서도 불만..."자동차·정유·전자상거래 등 타격 불가피" 트럼프의 이번 관세 부과조치는 그간 면세 혜택을 받던 캐나다산 소액 수입품에도 적용된다. 이는 800달러 미만의 소액 캐나다산 수입품이 통관 과정에서 적절한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WSJ는 이러한 최저한 면세(de minimis exemption)조항이 사실상 제거됨에 따라 이번 조치는 실질적으로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더구나 블룸버그는 이번 명령은 캐나다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소형 소포에 대한 면세 축소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으로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쇼핑물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조치의 적용 범위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 관리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러한 면세(de minimis exemption) 조치로 막대한 관세 수입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공급망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부품 및 조립 공장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그런만큼 이번 관세로 미국 자동차업계가 겪게될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토스 드라이브 아메리카(Autos Drive America)의 제니퍼 사파비안 대표는 이메일 성명에서 "관세 부과는 미국의 일자리와 투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해로울 것"이라며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에게는 장벽을 줄이고, 생산을 방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더 큰 수출 기회를 창출하는 정책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 자산시장 충격파 예고...스태그플레이션 그늘 미국 태평양 북서부와 북동부 지역은 캐나다산 천연가스와 전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산 에너지 품목은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게(10%) 적용되지만 가계와 기업들의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다. 당장 미국 내 원유 생산과 송유관 설비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간 지리적 조건으로 캐나다산 원유에 의존했던 정유사들의 경우 정제 마진 압박을 겪게 된다. 캐나다산 원유에 1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원재료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면 물가상승률이 꿈틀대게 된다. 예고했던 관세가 단행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들썩일 위험, 그리고 이를 선반영해 미국의 시장금리(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가 덩달아 고도를 높일 가능성은 글로벌 자산시장을 흔들어 놓을 위험 변수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 등의 경우 통화 가치 급락으로 자산시장이 한바탕 휘청댈 수 있다. 앞서 국제결제은행(BIS)은 관세를 장착한 달러 강세가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늘을 짙게 드리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관세 장착한 강달러,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야기한다"   osy75@newspim.com 2025-0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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