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가격 결정 월(月) 넘겨...고민 깊단 '방증'
LPG, 가격 하향 수렴 경향 강해...SK가스 수준으로 내릴 듯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 E1이 이달 국내 LPG 공급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월(月)이 바뀔 때까지 가격 결정을 못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E1는 매달 말일에 다음 달 국내 가격을 결정, 충전소 등에 통보하고 1일 0시부터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지난달 30일 자정을 넘겨 1일 오전까지도 공급 가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LPG 가격 인하 폭에 대한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이자 점유율 1위 업체인 SK가스가 시장의 예상치를 2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당 100원)키로 하면서 고민의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LPG 충전소 모습 [사진=뉴스핌DB] |
1일 LPG업계에 따르면, LPG 수입사 E1은 이날 오전까지도 이달 국내 LPG 공급 가격을 결정하지 못했다. 당초 전날인 30일에 가격을 결정,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논의가 길어지며 자정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인하 폭 놓고 고민..."손해 줄이자" VS "수요 늘리자"
당초 업계에서는 E1과 SK가스 등 LPG 수입사들이 7월 국내 가격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거란 예상이 나오긴 했다. 이달 가격 결정이 누적된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최근 시작된 LPG 자동차 확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였기 때문이다.
일단 양사는 6월 국제 LPG 가격(CP) 하락에 힘입어 7월 국내 가격을 내리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었다. 국내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전달에 통보한 CP에 환율과 세금, 유통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되는데 6월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CP가 하락해서다. 심지어 하락 폭도 컸다. 아람코는 프로판과 부탄 CP를 전달보다 톤당 95달러, 115달러씩 내린 430달러, 415달러로 결정했다.
따라서 최대 관심사는 '인하 폭'이었다. 이들은 모처럼 떨어진 CP로 가격 결정권이 확대된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인상 요인'을 고려해 소폭 인하할 것인지, 아니면 여론과 분위기 등을 의식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폭 인하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특히 최근 르노삼성이 QM6 LPG 모델을 출시하는 등 LPG 차 사용 제한 폐지의 영향이 서서히 가시화 되기 시작하면서 양사가 LPG 수요 확대에 좀 더 무게를 둘 거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당장 눈앞의 실적을 생각해 가격 인하를 주저했다간 숙원을 해결해 줬더니 욕심만 채우려 한다는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자칫 LPG 차 부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점유율 1위 SK가스, ㎏당 100원 인하 결단...E1도 비슷한 수준 '유력'
그러던 중 SK가스가 먼저 결단을 내렸다. SK가스는 지난달 30일 오후 늦게 국내 가격을 전달보다 ㎏당 100원씩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당 40~50원 인하할 거란 시장의 예상치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SK가스는 한 달간 충전소 등 주요 거래처에 △가정·상업용 프로판 840.40원 △산업용 프로판 847.00원 △부탄 1207.96원(705.44원/ℓ)에 공급한다.
SK가스의 이번 결정은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LPG 수요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CP가 톤당 프로판 55달러, 부탄 60달러 내린 375달러, 355달러로 결정되면서 8월 국내 가격에 미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SK가스 관계자는 "LPG 자동차 사용 제환 폐지 이후 LPG 가격이 올라가는 것 아니냔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었다"며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시키고 소비자들이 LPG를 많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과감하게 가격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LPG 소비 확대를 위해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겠단 의미다.
다만 E1으로서는 SK가스의 이번 결단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민연료' 특성상 통상적으로 LPG는 가격이 하향 수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가격 차가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맞춰달라는 요구가 끊이질 않게 된다. 애초에 공급가를 다르게 책정하더라도 결국엔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LPG 업계 관계자는 "LPG 연료 특성상 한 공급사가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 사실상 나머지 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E1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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