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이 아시아 주요국을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정황이 포착,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 중인 25%의 관세를 피하려는 업계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베트남이 중간 경유지로 급부상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로이터 뉴스핌] |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트남 세관과 대만 정부 데이터를 인용해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아시아 주요국을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 수입품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올들어 1~5월 사이 중국에서 생산된 전자제품의 베트남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8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다른 지역의 수출이 19% 늘어난 것과 현격한 차이다.
이는 컴퓨터를 포함해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전자제품이 1~5월 사이 72% 급증, 그 밖에 지역 수출 증가 폭인 13%를 크게 넘어선 것과 맞물려 업체들이 관세 충격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뿐만 아니라 대만의 미국 통신 장비 수출이 56% 급증한 사실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만의 미국 통신 장비 수출 역시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수출 증가 폭인 20%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최근 상황에 대해 베트남 정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산업통상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원산지 표시를 베트남으로 바꿔 치기 하는 형태의 수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소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생산된 상품의 경쟁력과 위신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세관 역시 기업들이 중국산 상품을 수입한 뒤 원산지를 변경해 수출하고 있다고 밝히고, 별도의 전담 팀을 구성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역시 이 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을 경유해 가구와 철강 등 제품이 수입되는 상황을 포착하고 단속에 나섰다.
미국 세관이 엄격한 조사를 벌이는 한편 불법 거래가 적발될 경우 기존의 관세 이외에 추가적인 상계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수입된 철강 제품에 대해 상당 부분이 사실상 중국산이라고 판단, 250%를 웃도는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WSJ은 아시아 이외에 멕시코와 세르비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원산지 교체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 속에 새로운 공급망으로 부상, 쏠쏠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불법 거래가 뿌리 뽑히지 않을 경우 비즈니스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WSJ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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