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측 "기업가치 하락해 제값 받을 수 있을 때 재추진"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지난 2016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호텔롯데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내 상장 추진은 힘들 전망이다. 다만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되면 상장 속도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1일 롯데지주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단기간에 다시 추진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고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호텔롯데 기업공개가 속전속결로 추진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신동빈 회장의 3심 판결을 꼽는다.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자유로워야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지배력을 높이는 일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중간지주사 구실을 하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3심 재판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호텔롯데 상장은 실적과 다소 무관하게 추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며 “현재 기업가치가 추진 당시 때보다 많이 하락했지만 3심 판결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상장이 재추진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자료=NH투자증권] |
호텔롯데는 지난 2016년 상장이 추진됐을 당시 영업가치는 12조923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분가치 등 비영업가치을 더한 전체 평가 총액은 18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수감되고 중국과의 사드갈등으로 면세점 실적이 쪼그라들자 기업가치는 급락하며 상장 작업이 중단됐다.
올해 예상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520억과 호텔신라의 EBITDA 대비 기업가치 배율 10.1배를 적용해 추정한 영업가치는 4조5652억원으로 3년만에 3분의 1토막이 됐다. 상당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었던 롯데홀딩스 주주 입장에선 현금화할 최적의 시기를 놓친 셈이다.
최근 신 회장이 중간 배당 시행 등 주주환원 정책을 일부 시행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해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표 대결에서 재선임을 받으려면 일본 주주를 설득할 카드가 필요한 것.
롯데지주는 최근 2분기 중간 배당을 위해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했다. 롯데지주가 중간 배당에 나서는 것은 2017년 10월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배당 여력도 충분하다. 1분기 말 기준 배당 재원이 되는 롯데지주 이익잉여금은 4조3598억원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롯데지주가 러시아 등 해외 호텔 사업의 핵심축인 롯데유럽홀딩스의 지분 26.89%를 호텔롯데에 426억5800만원에 매각했다. 호텔롯데는 총 지분 64.8%를 확보하면서 이 회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해 향후 연결이익과 지분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과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약속하며 일본 주주를 설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