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조용준의 콘비벤시아 스페인] 알람브라의 추억②

기사입력 : 2019년06월19일 08:00

최종수정 : 2019년06월19일 08:00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을 찾는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다. 그저 이국적 풍광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 이끌릴 수도 있다. 스페인의 음식과 플라멩코, 투우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스페인을 얼마나 알고 가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스페인이 '혼혈의 나라'라는 사실을 곧잘 망각한다. 스페인이야말로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의 혼혈로 이뤄진 나라다. 이 사실을 무시한 채 들여다보는 스페인은 겉껍데기일 따름이다. 스페인 문화의 기저에 있는 '콘비벤시아', 즉 관용과 화합의 정신을 모른다면, 사실상 올바른 스페인 읽기는 실패한 것이다. 콘비벤시아 스페인. 그 기층문화의 세계로 걸어들어가보자.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무슬림 왕조들의 이베리아 반도 지배사를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마야드 왕조의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첫 발을 디딘 711년부터 그라나다가 함락당한 1492년까지 781년 동안 크고 작은 왕조들이 명멸을 거듭했기에 대략이나마 그 역사를 파악해야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 탑은 이슬람 알모라비드 왕조가 남긴 유산이다. 레콩키스타 이후 탑 위에 기독교식 종탑을 새로 얹은 것이다.

711년은 우리나라로는 통일신라 성덕왕 때다. 우마야드 왕조의 이베리아 점령세력은 이후 코르도바에 도읍을 정하고 300여 년간 번영을 이룬다. 그러나 알 하캄 2세를 끝으로 왕조가 무너지고 여러 개의 군소왕국(타이파·Taifa)으로 나뉘는데, 그 때가 1031년이다.

카스티야와 아라곤 왕국을 주축으로 한 기독교 군대가 점차 세력을 키워 남하하면서 1085년 톨레도가 함락되자 다급해진 세비야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에미르 무함마드 이븐 압바드 알 무타미드(Muhammad Ibn Abbad Al Mutamid, 1040~1095)는 1086년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알제리 일대를 점령하고 있던 알모라비드(al-Moravids)왕조(1061~1149)에 구원을 청한다.

군대를 이끌고 온 알모라비드의 지배자 유수프 이븐 타쉬핀(Yusuf ibn Tashfin, 1006~1106)은 톨레도 점령으로 기고만장해 있던 레온-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4세의 군대를 대파했다. 그러나 전투에서의 손실과 타이파 왕국들의 종교적으로 나태한 모습에 실망해 자신들의 본거지인 마라케시(Marakesh)로 돌아간다.

매우 신실했던 그는 이베리아 반도의 타이파 왕국들이 이슬람 율법에 게으른 사실이 몹시 못마땅했다. 그래서 1090년 재차 쳐들어와 세비야를 점령하고 알 무타미디를 내쫓은 다음 무슬림을 결집시켰다. 그리고는 위쪽으로 밀고 올라가 기독교왕에게 빼앗긴 사라고사, 발렌시아, 리스본 등을 탈환하고 기존의 소왕국들까지 모두 정복해 이베리아 반도에 새로운 알모라비드 왕조를 세웠다.

위에서 유수프 이븐 타쉬핀의 괄호 안 출생과 사망 시기를 자세히 본 사람은 알았겠지만, 그는 무려 100세까지 살았다. 평균 수명이 40세를 넘기기도 힘들던 11세기 유럽에서 거의 불가능한 나이다. 독실한 신앙심과 지칠 줄 모르는 정복욕의 결과가 아닌 듯싶다.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높은 세비야 대성당의 유명한 히랄다 탑(Torre de la Giralda)도 이 알모라비드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그렇지만 알모라비드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같은 북아프리카에서 새롭게 등장한 알무와히드(al-Muwahhidun) 왕조(1130~1269)에게 북아프리카 및 이베리아 지배의 바통을 넘겨주는데, 알무와히드 역시 1212년 이베리아 반도의 운명을 가른 저 유명한 라스 나바스 데 톨로사(Las Navas de Tolosa) 전투에서 아라곤, 카스티야, 나바레, 포르투갈 4개국의 기독교 연합군에게 대패한다.

알람브라 궁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알바이신 지역. 처음에는 이곳에 성이 있었다.

이 패배로 코르도바, 세비야 등이 차례로 함락되고, 당시 코드로바에 거주하던 일명 ‘붉은 수염’ 무하마드 이븐 알 하마르 이븐 나스르라는 인물이 자신을 따르는 군대를 이끌고 도주한다. 그는 페르디난드 왕과 그의 동맹군들의 공격을 피해 코르도바와 그라나다 사이에 있는 하엔(Jaén)으로 도망쳤다가 거기서 다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의 그라나다까지 퇴각해 알바이신 지역에 자리를 잡는다.

당시 알바이신 지역에는 시리왕조의 성과 왕궁이 남아 있었으나 방어에 취약해 건너편에 절벽으로 둘러싸인 사비카 언덕, 즉 바디스(Bādis) 왕궁 터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고 나스리드(Nasrid) 왕조를 세운 다음 새로운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그것이 1238년이었다.

알람브라는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에서도 커다란 미덕을 가진다.

그러니 그라나다는 번번이 기독교 왕들에게 밀린 이슬람 군주들이 도망쳐 자리를 잡고 성채를 쌓아올리기를 거듭한 참 묘한 땅이다.

이렇게 초라하게 시작한 왕궁에서 약 4만명이 거주할 일련의 궁전도시를 건설한 사람은 나스리드 왕조의 일곱 번째 지배자 유스프(Yusuf) 1세(1318~1354)와 아버지의 요절(36세)로 열여섯 나이에 왕위를 승계한 유스프 맏아들 마호메드(Mahommed) 5세(1338~1391)다.

알람브라의 백미로 오래 전인 194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일찌감치 등재된 나사리에스 궁전(Palacio Nazaries)도 이 때 처음 지어져 이후 여러 번 늘리고 보수해 지금의 형태가 됐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사이고 사람 이름도 어려워서 쉽게 파악이 되지 않을 터, 알람브라 궁전 관련 역사를 다시 정리해보면 아래 표와 같다.


조용준 digibobos@hanmail.net

작가 겸 문화탐사 저널리스트. 전 동아일보 기자, <주간동아> 편집장.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 등 다수 저서 출간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화영, 대법서 징역 7년8개월 확정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사진은 이 전 지사가 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2019년, 쌍방울로 하여금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보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로 재직 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중 2억5900여만 원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개월,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을 합해 총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려 했다는 검찰 측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 원으로 감형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을,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각각 주문했다. 1심 형량과 비교해 1년 10개월이 감형됐다. 2신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기소한 대북송금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만 북한 측에 밀반출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중 200만 달러는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으로 대납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 범행 후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점, 스마트팜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었고 남북간 평화조성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도 있는 점, 김성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추진 등 이익을 도모한 사정도 있고 피고인이 김성태에게 비용 대납을 강요한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검사의 사전면담 등이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 판단,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뇌물수수죄에서 직무관련성, 대가성, 뇌물귀속 주체와 고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서 정치자금과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05 10:45
사진
외교부 장관 김현종·조현 거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민생 회복과 함께 대미 관세 협상 등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하다. 미국 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여전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강조해왔다.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통상환경의 변화와 경제안보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등의 적극 참여를 통해 글로벌 현안 적극 대응하고 2025 경주 APEC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역량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계승 발전해 글로벌 사우스와 권역별 협력을 심화하고 핵심소재·연료광물의 공급망(GVC) 안정화를 위한 통상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외교안보특보, 위성락 민주당 의원, 조현 선대위 국익중심실용외교위 공동위원장, 안규백 의원. [사진=뉴스핌DB] 북핵 대응으로는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고도화를 내세웠다.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대응의 기본 원칙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라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비롯해 군 정보기관 개혁, 육·해·공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인 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다. 외교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과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급된다. 조 전 차관은 선대위에서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 의원과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유엔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차장은 대선 기간에도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자리에는 군 출신이 아닌 5선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해 왔다. heyjin@newspim.com 2025-06-05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