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시스템 개방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확대
은행도 오픈API 활발…"개방·공유는 생존 위한 필수전략"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올 연말부터 핀테크기업들이 모든 계좌와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면서 금융산업의 새로운 고속도로가 뚫린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고 고객과 새로운 디지털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선 은행들도 개방이 필수라는 진단이다.
16일 금융결제원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방형 생태계와 금융·결제서비스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오는 12월부터 오픈뱅킹(공동결제시스템) 도입으로 핀테크기업들이 한국은행-일반은행-금융결제원간 결제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금융거래정보나 계좌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다.
오픈뱅킹 환경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추진된다. △신용정보 통합조회, 재무관리 및 금융 상품 중개 등의 기능이 허용돼, 소비자의 재정상황과 투자관심에 맞는 1대1 자산관리가 가능한 마이데이터 △한 번의 로그인으로 본인의 모든 계좌에서 결제·송금 처리가 가능한 결제전문은행 △계좌가 한곳으로 통합된 공동 결제시스템에서 송금서비스를 이용하는 마이 페이먼트(PISP) 등이다.
16일 금융결제원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방형 생태계와 금융·결제서비스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최유리 기자] |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단장은 "금융데이터와 결제인프라가 개방될수록 금융 산업과 통신산업의 경계나 결제와 송금의 영역 등이 붕괴될 것"이라며 "금융 고속도로가 생기면 차가 많이 다녀야 부가가치가 창출되듯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픈뱅킹 환경 아래 국내 금융산업은 플랫폼 사업모델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외부 사업자과 결합해 자원을 결합할수록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방성과 네트워크 확대가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은 "기존에는 규모의 경제가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하고 공유하지 않을수록 유리했다"며 "하지만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에선 누가 누구와 연결하고, 이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내부 부작용 최소화도 과제로 꼽았다. 시스템 개방화에 따른 고객정보 관리, 사이버 보안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분야의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달라지고 있다. 고객의 개념부터 재정립하고 이들과의 디지털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실명 확인이 가능하고 계좌를 보유한 사람이 고객이었다면, 오픈뱅킹 환경에선 은행의 메세지가 전달될 수 있는 사람으로 확장된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CDO)은 "이미 한 은행의 고객은 다른 3~4개 경쟁은행의 고객이기 때문에 고객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앉은 자리에서 계좌개설이 5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과 디지털 접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말부터 은행 플랫폼 자체를 외부에 오픈했다. 모바일앱 '위비뱅크'에 다른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탑재한 것이다. 핀테크 기업은 고객의 동의를 전제로 우리은행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고, 가능성 있는 사업자와 협업 기회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황 그룹장은 "금융결제원의 오픈뱅킹과 개별은행이 추진하는 오픈 API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채널을 갖고 유망 스타트업과 제휴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려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