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과 ICT의 결합...편의성 높이고 가격 낮춘다
개인별 통계 확보 가능...성별 나이 특약 차종 같아도 보험료 '천차만별'
[편집자주] 디지털금융의 신천지가 곧 열립니다. 올 연말부터 핀테크기업들은 한국은행-일반은행-금융결제원간 결제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즉 모든 계좌와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비단 핀테크뿐만 아닙니다.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들 역시 IT기업으로의 외형 확장, 변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금융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뉴스핌이 조망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운전습관연계보험(UBI)에 가입한 이성규 씨. 그가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끄면 보험사와 연계된 네비게이션으로부터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오늘 자동차 운행은 46㎞로 보험료 1150원이 추가됩니다.” “딩동! 방금 60㎞ 운행 도로에서 3초 이상 과속 주행하셨습니다. 안전운전 등급이 1단계 하향돼 1㎞당 보험료가 1월 증액된 26원으로 책정됩니다.” 즉 운행거리 및 운전습관에 따라 보험료가 변경된다는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
이 같은 상황은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계한 상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빨리 개발되고 현실에 적용될 분야는 자동차보험이다.
현재 자동차보험은 개인이 가입하는 보험 중 가장 세분화돼 있다. 성별·나이·보장한도·가입특약·차종 등 일반적인 내용은 물론 교통법규위반·사고 여부 등을 종합해 가입자의 보험료가 책정된다. 이런 세분화로 성별·나이·가입특약·차종이 같아도 보험료 차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이 같은 데이터 축적을 통해 보험료 세분화는 더 정교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매일 운행거리를 측정해 그날 그날 보험료가 책정·부과되며, 단속되지 않은 교통법규 위반 사실도 보험료에 반영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기술을 가장 빨리 개발주인 곳은 한화손해보험이 SKT·현대자동차와 합작해 설립한 캐롯손해보험이다. 올해 초 850억원의 자본금으로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았다. 한화손보가 75.1%로 대주주로 나섰고 SKT가 9.9%, 현대차 5.1%, 알토스(미국 투자회사의 한국법인)가 9.9%를 투자했다.
캐롯손해보험이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품은 운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는 자동차보험. 즉 1㎞를 운행할 대마다 20~30원 정도의 보험료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1년을 계약하면 기본보험료 2만원 정도를 납입한 후 매월 운행한 거리에 따라 보험료가 추가된다. 가령 1월에 가입하고 12월까지 1만㎞를 운행했다면, 기본보험료 2만원에 운행거리 20만원(20원×1만㎞)을 추가하는 식이다. 또 보험료는 매월 결제할 수도 있고 연간 단위도 가능하다.
물론 현재도 운행거리가 짧으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특약이 있다. 하지만 가입 당시 운행 거리를 예상하고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캐롯손보가 개발중인 상품은 예상한 운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받는 게 아닌 운행거리 그 자체를 측정해 매일 보험료가 책정된다는 거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보험 등도 UBI자동차보험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운전자의 습관을 보험료와 연계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즉 급출발·급정지·과속운행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위험률을 재산출한다. 재산출한 위험률을 가입자 개개인의 보험료에 반영, 할인율을 높인다. 요컨대 안전운행 할수록 보험료를 낮춰주는 것이다.
보험은 통계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그런데 지금까진 가입자 개인별 통계 수집이 쉽지 않았다. 이에 개개인에 맞는 보험료 책정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보험이 ICT와 접목, 개인별 정보수집이 가능해졌다. 이에 보험이 더 세분화됐고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운행거리가 짧으면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운행한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는 상품을 개발중인 것으로 안다”며 “주말에만 자동차를 사용하는 회사원 등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보험이 ICT와 접목해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져 향후 이처럼 개인별로 세분화 된 보험상품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향후 보험은 가입자가 꼭 필요로 하는 위험만 보장하는 상품이 나올 정도로 세분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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