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협상 대표단 예정대로 미국행 소식에 우려 완화
협상 결렬 아닌 내년 대선용 선거전략일 가능성 커
국내 증시, 횡보 장세 이어질 것…중소형주 접근 유효
[서울=뉴스핌] 정경환 박진숙 김민수 장봄이 김유림 김민경 김형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인상 압박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급락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번 주 미·중 간 무역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소식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협상 결렬을 택하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 등에 힘입어 우려가 다소 완화된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따른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이 중국 협상팀이 미국에 가기로 하면서 낮아졌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중국처럼 5% 떨어질 것도 아니고, 미국이 2% 떨어지다가 후반 1% 빠진 정도로 마감했는데 딱 그 수준"이라며 "우려가 완화됐다. (시장이) 조금 냉정해졌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미·중 무역협상 진행이 너무 느리다며, 오는 10일 2000억달러(약 234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아가 3250억달러(약 380조원) 상당의 제품에도 추가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증시는 그 이튿날인 6일 미·중 무역협상 우려로 인해 5.58% 급락하며 마감했다. 이에 비해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88%, 코스닥은 1.10% 빠졌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대표단이 예상대로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해지면서 전날 중국 증시를 덮쳤던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된 모양새"라며 "(국내 증시에선) 작년처럼 큰 낙폭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작년처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에 대해 중국이 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인상 언급이 내년 대선을 대비한 선거전략용일 것이란 분석도 시장의 우려를 더는 데 한몫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경우 주가가 5.58%나 빠졌는데, 코스피 하락 폭은 1%대를 지키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은 이 같은 발언이 협상 결렬이 아닌, 협상에서 우선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주가가 전고점까지 올라갔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선거 전 주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든 무역협상을 타결할 의지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협상이 여기서 결렬되면 주가 대폭락과 25% 관세 등으로 사실상 미국과 중국 모두 공멸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간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결렬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향후 국내 증시는 관망세 속에서 횡보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영철 동양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미·중 무역협상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은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이어 "지금 리스크 관리는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미·중 양측이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다"며 "기존 투자 기조를 바꾼 상황은 아니고 단기 급등해서 비중을 늘리지 못한 종목 위주로 편입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노종원 KB자산운용 액티브운용본부 팀장은 "협상 타결 직후 주식시장이 잠시 환호할 수 있겠으나, 이후 구체적인 내용과 향후 영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며 증시도 다소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결렬 시에는 실망 매물로 인한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무역 분쟁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 하에 타결 후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고, 5월 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슈가 연중 지속되는 등 수급상 부담도 존재한다"며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 선행지수 및 수출 일부 개선, 기업 이익 상향으로 지수는 박스권 내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전략으로는 중소형주 중심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란 조언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주 반등은 제한되고 또한 주식시장이 기존 추세를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면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틈새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5월 코스피 밴드는 기존과 동일한 3월 저점인 2120pt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4월 고점 2260pt 상단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