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 기대했던 군부 동요 미미‥야당 체포 영장도
브라질 부통령 “과이도 결정, 성급했던 것 같다” 우려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가’. 베네수엘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총궐기, 일명 ‘자유의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망명설’까지 나돌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거듭 군부의 지지를 확인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한편 야당 지도자에 대한 체포 영장까지 발부되는 등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베네수엘라 법원이 2일(현지시간) 대표적 야권 인사인 레오폴도 로페즈가 지난 2017년 법원의 가택 연금 결정을 위반했다며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레오폴도 로페즈(오른쪽)가 후안 과이도 국회 의장과 정권 퇴진 집회를 이끌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페즈는 과이도 국회의장의 멘토로 불리고 있고 마두로 대통령이 퇴진할 경우 야권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과이도 의장이 군 기지 인근에서 정권 퇴진을 위해 군부의 봉기를 촉구할 당시 함께 했다. 로페스는 군인들이 가택 연금 중이던 자신을 풀어줬다면서 “지금은 제복을 입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시간”이라며 총궐기를 촉구했다.
이후 로페스는 과이도 의장과 함께 ‘투 톱’을 형성하며 반정부 시위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이 마두로 정권 퇴진의 ‘D-데이’로 정했던 지난 1일 반정부 시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수도 카라카스와 일부 지방 도시에서 집회는 있었지만 마두로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 정도는 되지 못했다. 2일부터는 아예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외신들은 과이도 의장이 기대했던 군부의 동참도 미미한 상태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일 야권 세력이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들과 비밀 회동을 갖고 임시정부 수립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지만 마두로 대통령 측은 이를 ‘가짜 뉴스’라며 일축했다.
베네수엘라 군부와 함께 행진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임시정부 수립 논의를 가졌던 것으로 한때 알려진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오히려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군부의 지지를 확인하는 집회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두로 정권 퇴출을 지지해온 브라질의 해밀톤 모라우 부통령조차 이날 과이도 의장의 이번 시도가 성급했던 것 같고, 최선의 결정은 아니었던 같다는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과이도 의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군 고위 인사들은 흔들리지 않은 것 같다면서 “베네수엘라 사태의 터널 끝 불빛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앞서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의 베네수엘라 전문가 데이비드 스밀드 선임연구원도 영국 가디언에 "이는 명백한 실패다. 야당을 이전보다 약하게 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과이도 의장측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대통령이 다시 주도권을 장악할 경우 베네수엘라 정국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미 “쿠데타 세력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해 둔 상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