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反정부 총궐기 시위 예상외 소규모…軍이탈도 미미
전문가들 "과이도 '자유의 작전' 실패" vs. "평가 시기상조"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군부에 전향을 촉구하며 1일(현지시간)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시위가 예상외로 큰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향후 사태 진전에 관심이 주목된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1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마두로 정권 퇴진 집회 도중 주먹을 들어 올리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2019.5.1.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과이도 의장인 지난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 인근 한 공군기지 외곽에서 군인 소규모와 함께 거리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위한 총궐기 시위, 일명 '자유의 작전'을 선언했고 군사 봉기를 촉구했다.
이후 대망의 날인 1일, 수 천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카라카스에서 이틀째 정권 퇴진을 외쳤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에 등돌린 군은 소수에 불과했다. 당초 역대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 시위도 수 천명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마저도 오후쯤 많은 인원이 집으로 달아났다. 국가수비대가 최루탄 가스 등으로 시위 제압에 나서서다.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 피해가 컸던 서부 마라카이보시 라 빅토리아 지역에서도 시위가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불과 약 300명이었다.
군 지도부는 여전히 마두로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있다. 아직까지 과이도의 군사봉기에 호응한 고위 군 관리는 마누엘 리카르도 크리스토퍼 피게라 비밀경찰(SEBIN)의 수장 뿐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방송에 출연, 담화에서 쿠데타 시도 세력을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 역시 친정부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서라고 촉구했고 실제로 이날 수 천명의 친정부 지지자들이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이도의 '자유의 작전'이 명백한 실패였다고 평가한 반면, 아직 어떠한 평가도 시기상조라며 의견이 분분하다.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의 베네수엘라 전문가 데이비드 스밀드 선임연구원은 영국 가디언에 "이는 명백한 실패다. 야당을 이전보다 약하게 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최다 인원이 동원되고 여러 군 전향을 예상했던 시위가 싱겁게 끝나버리면서 오히려 마두로 정권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스밀드 연구원은 과이도 의장이 이제 체포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과이도 의장의 정치적 스승이자 정치적 탄압의 상징적 '영웅' 레오폴도 로페스가 스페인 대사관으로 피신했기 때문이다. 스밀드 연구원은 "이는 아마도 가장 강력한 타격"이라며 "상징적 영웅이자 반정부 운동 순교자가 베네수엘라 내에서 싸우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절인 1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정부 거리 시위에 참석한 마두로 대통령 부부. 2019.05.01. |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베네수엘라 고문을 지낸 바 있는 밴자민 게던은 물론 베네수엘라 정보기관과 군에서의 대규모 이탈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과이도의 반정부 운동이 아예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토 전역을 통제하고 군사력을 지닌 독재 정권을 몰아내는 것은 어렵지만 정권 교체는 때론 예상치 않게 일어나고 예상치 않게 빨리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일 당장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지만, 마두로 대통령이 딱히 권력 유지에 자신 있어 한다는 신호도 볼 수 없다. 마두로 대통령이 밤에 두 발 뻗고 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도정부의 영국 주재 대사 바네사 누만은 야당이 당장 마두로 정권 퇴진을 바라지 않았다며 "이는 느린 보아뱀의 움직임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외에 긍정적인 전망을 낸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의 전직 대사 에릭 판스워스는 이번 시위를 계기로 베네수엘라 군 지도부 내에서는 "열띈 논의"가 오갈 것이며 내분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시점에서 과이도 측이 필요한 세력은 외부에 있다며 브라질과 같은 베네수엘라와 외교가 두터운 국가의 군이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다면 군의 전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로이터통신도 군부가 마두로 정권을 계속 지지하는 이상, 과이도 의장이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필요하다면 정부가 군사 행위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