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여전히 마두로 정권에 충성
"이제 더이상 과이도가 할 수 있는 일 없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 총궐기를 촉구하자 1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이틀째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군부의 충성심을 뒷심으로 마두로 정권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정국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1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마두로 정권 퇴진 집회 도중 주먹을 들어 올리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2019.5.1.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은 수 천명의 반정부 시위자들이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 모여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자칭 임시 대통령인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모인 카라카스 동부 집회서 "현 정권이 우리가 최대 압박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아직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거리 위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시위대를 독려했다.
앞서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시위를 촉구했다. 그는 "수백만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마두로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자유의 작전'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트윗했다.
이날 시위는 전날 과이도 의장이 군의 봉기를 촉구하고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국가수비대의 충돌로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한 가운데 이어졌다. 그는 1일에도 "군인들도 우리에게 동참시킬 것"이라면서 "마두로 정권이 탄압하겠지만 우리를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지도부는 여전히 마두로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방송에 출연, 담화에서 쿠데타 시도 세력을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 역시 친정부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5월 첫째날 내일 우리는 수백명의 강한 노동자 계급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반정부 시위대는 국가수비대의 강력한 진압으로 오후쯤 많은 시위자들이 집으로 달아났다. 남은 시위대는 최루탄 가스 공격에 맞서 싸웠다.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 피해가 컸던 서부 마라카이보시 라 빅토리아 지역에서도 약 300명의 반정부 시위자들이 모여 깃발을 흔들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시위했다.
로이터통신은 과이도 의장의 총궐기 선언이 사실상 그의 지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시험이라며, 군부가 이대로 마두로 정권을 계속 지지하는 이상 과이도 의장이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반정부 시위자들은 아무리 긴 시간이 걸려도 마두로 퇴진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시위자들은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고 3개월이 됐지만 변한 것이 없다며 지쳐 가고 있다고 통신은 진단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세와 대규모 정전, 식수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은 점차 자국을 떠나고 있다. 브라질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날인 30일에만 800여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브라질 국경을 넘었다. 이는 평상시보다 3배나 많은 이민자수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