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존 캐리루, 150여명 인터뷰 기반으로 작성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이목을 집중시킨 희대의 사기극이 책으로 발간됐다.
[사진=미래엔 와이즈베리] |
미래엔 와이즈베리가 출간한 <배드 블러드>는 2015년 기업가치 10조원에 육박하던 미국 실리콘벨리의 벤처 기업 테라노스의 투자사기 의혹과 몰락을 다룬 논픽션이다.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르포 전문기자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에서 퇴사한 직원 60명을 포함, 약 150명과 진행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다.
저자는 테라노스 기술의 실체와 실패 과정, 거짓과 공포로 뒤덮인 사내 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 수많은 눈먼 돈들이 방황한다는 실리콘밸리 금융과 자본의 어두운 현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의심스러운 기술에 대해 정부와 언론, 대중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파헤친다.
빌게이츠는 2018년 최고의 도서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미친 이야기가 담겨있다. 끝까지 손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 받는 생체 기술 스타트업이었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피 한 방울로 280여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발명해 '제2의 스티브잡스' '제2의 저커버그' 등으로 불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전 미 국무장관 조지 슐츠, 엔리 키신저 등 권위 있는 이사들이 테라노스에 투자하거나 이사로 영입됐다. 월그린, 세이프웨이 등 미국에만 수천 개 매장을 갖고 있는 대기업뿐 아니라 미국 군대까지도 테라노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거침 없는 행보를 보였다.
저자는 2015년 초 우연히 얻은 정보를 통해 테라노스에 대한 의혹을 품었다. 이후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150여명의 내부 고발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엘리자베스 홈즈와 회사 운영진들이 저지른 각종 비행과 증거들을 파헤쳤다. 결과적으로 테라노스의 기술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기였음을 밝혀냈다.
테라노스 스캔들은 가짜 의료기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 있던 수많은 사람을 구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배드 블러드>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순간에도 부와 권력을 쫓았던 기업인의 도덕성에 대해 꼬집으며, 모두가 꿈꾸는 희망적인 기술 앞에서 진실을 보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