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판도를 흔드는 ‘차이나 파워’에 월가 트레이더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중국 트레이더들이 밤잠을 반납한 채 액티브 펀드를 축으로 한 월가 큰손들의 베팅에 훼방을 놓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의 펀드 블루 오카 캐피탈이 공격적인 하락 베팅에 나섰던 중국 소매업체 핀도우도우의 주가가 뉴욕증시에서 두 자릿수의 랠리를 연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종목에 집중됐던 ‘교란’은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의 간판급 기업으로 확산, 월가가 긴장하는 표정이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펀드 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이 중국 투자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큰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전문 트레이더들이 아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자와 IT 기기에 밝은 개인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낮은 뉴욕증시의 베팅에 뛰어들면서 판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일례로, 블루 오카 캐피탈이 주가 하락을 점치고 지난해 11월14일 정조준했던 핀도우도우는 중국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사자’에 나서면서 밤 사이 12% 랠리했다.
핀도우도우의 주가는 이후 무려 56%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고, 시가총액은 345억달러로 불어났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모바일 앱 개발업체 치타 모바일도 마찬가지. 보스톤 소재 프리시전 포인트 캐피탈이 숏 베팅에 나섰다가 중국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에 된서리를 맞았다.
숏 베팅 초기 10% 급락했던 치타 모바일의 주가는 즉각 상승 반전, 12% 이상 랠리를 연출했고, 프리시전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종목의 주식 수가 제한적이고 거래량 역시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저격수들의 타깃이 미국 블루칩과 IT 대형주로 확산되자 월가 트레이더들은 밤잠을 설치는 형편이라고 털어 놓고 있다.
뉴욕을 포함한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온라인 증권사 후투 홀딩스의 리프 리 회장은 WSJ과 인터뷰에서 “중국 종목 거래를 선호했던 투자자들이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 종목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뉴욕증시에 베팅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중국 IT 업체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 투자은행 코너스톤 캐피탈의 첸 세이옌 부대표는 “중국 기관 투자자들 역시 뉴욕증시 트레이딩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월가 트레이더들의 숏 베팅 종목이 중국 투자자들의 주요 타깃이라고 진단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