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8조원 규모 매각..."재무구조 개선"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현대중공업지주가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가 여의치 않자 상장 전 지분 매각(프리IPO) 카드를 꺼냈다. 올해 정유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데다 현대오일뱅크 IPO에 성공해도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8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까지 매각해 프리IPO를 추진하는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가는 최대 1조8000억원 규모다.
프리IPO란 IPO를 하기 전에 미리 투자자들로부터 일정 자금을 유치 받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사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가치 3만6000원 수준에 인수할 계획"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신사업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 상장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지난 2017년 부터다. 글로벌 조선업황 하락에 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실적 및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하반기를 목표로 현대오일뱅크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상장 과정에 복병을 만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강화되며 상장계획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 현대오일뱅크를 둘러싼 정유업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가 '제 값'을 받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기 위해선 정유업황이 좋아야 하는데 유가하락 및 정제마진 약세 등의 영향으로 올해 정유업황이 부정적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황은 중국 및 미국 등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는데 올해 중국 성장률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업황 전망도 부정적"이라며 "현대중공업지주 입장에선 올해 무리하지 않고 나중에 업황이 좋을 때 IPO를 재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하며 아람코와 현대중공업과의 파트너십이 강화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다방면 사업 협력은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향후 석유화학, 유전개발, 윤활유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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