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경제 석학들이 잿빛 전망에 한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지구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2008년과 달리 금리인하를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대응책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기 하강이 더욱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 현장 [사진=블룸버그] |
22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헤지펀드 업체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의 레이 달리오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2020년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그는 “미국이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지는 한편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전반에 경기 한파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6%에 그치면서 약 30년래 최저치를 나타냈고, 유로존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후퇴가 뚜렷한 가운데 씨티그룹이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이른바 ‘서브 제로’ 진입을 점치고 있다.
이에 앞서 한 패널 토론에서 달리오 대표는 “현재로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기 하강 기류”라며 “여기에 전세계 곳곳에 정치적, 사회적 동요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세드 클라만은 뉴욕타임스(NYT)의 칼럼에서 투자자들에게 무역 마찰과 눈덩이 부채, 정치적 분열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경고했고, 이는 다보스 포럼에서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그는 “미국의 고립을 필두로 세계 2차 대전 이후 정치적, 경제적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이에 따른 장기적 파장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국가 부채가 GDP를 넘어설 상황이고, 캐나다와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주요국이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며 “이는 또 한 차례 금융위기를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악셀 베버 UBS 회장도 한목소리를 냈다. 지구촌 경제의 성장 사이클이 꺾였고,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이에 상응하는 정책 기조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다보스 포럼의 한 세미나에서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며 “11년 전 위기 당시에 비해 금리 수준이 낮고, 이 때문에 또 한 차례 위기가 닥칠 경우 글로벌 경제가 중앙은행에 기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필립 힐데브랜드 부회장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나 혹은 그보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이를 진화할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계 경제가 미약하지만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책 실수 가능성이 가장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로 둔화되는 한편 중국 역시 감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교역은 2017년 5.4% 성장한 뒤 지난해 3.8%로 후퇴했고, 올해 3.6%로 추가 하락한 뒤 내년에도 하강 기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다보스 포럼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3.5%로 낮춰 잡았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