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인공지능(AI) 발달 도래한 '세계화 4.0'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올해 연차 총회를 앞두고 '세계화 4.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구조 형성'이라는 주제를 내놓았다.
다보스포럼은 지난해 '분열된 세계에서 공유된 미래 만들기'라는 주제를 제시했던 것과는 다르게 올해 '세계화 4.0'이라는 용어를 연차 총회의 화두로 띄워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외교개발대학원(GIIDS) 국제경제학 교수는 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네 개의 시대별로 세계화를 구분 지어 세계화 4.0에 대해 설명했다.
스위스 다보스에 걸려있는 세계경제포럼(WEF)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불평등· 인공지능(AI) 발달 도래한 '세계화 4.0'
볼드윈 교수는 시대별로 구분지어 세계화를 네 가지 단계로 나눴다. 그중 첫번째 단계인 '세계화 1.0'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를 가리킨다. 당시 국제연합(UN)과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정부 역시 세계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아니었다. 이 시기의 세계화는 정부의 도움 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대공황 사태, 공산주의 및 파시즘이 대두되면서 세계화 1.0의 시기는 마무리됐다.
세계화 2.0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등장했다. 이 시기의 세계화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확립된 단계로 평가받는다. UN과 IMF, 세계은행,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세계무역기구(WTO),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여러 국제기구들이 이 시기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세계화 3.0은 새로운 세계화(New Globalization)라고도 불리며, 학자에 따라 초세계화, 글로벌 가치 사실 혁명, 오프쇼어링으로 불린다. 이 시기 일명 G7으로 분류되는 선진국 국가들의 제조업 공장이 해외에 건설되는 등 국경을 뛰어넘는 세계화 현상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볼드윈 교수는 세계화 4.0을 앞서 세 단계와는 다르게 근로자들의 물리적 제약이 극복된 시기로 평가했다. 아울러 이 시기는 각종 첨단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진 단계이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는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AI)와 자동화 기술이 대두되면서, 서비스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화 3.0 시기에 블루칼라 직업군이 어려움에 처했다면, 이번에는 화이트칼라 직종의 노동자가 AI 의 등장으로 인력이 대체될 수 있는 위기를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서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그 기회를 잡는 승자와 그렇지 못하는 패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고 설명하며, 시민들이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보스포럼의 회장이자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도 올해 화두와 관련해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슈밥 회장은 새로운 세계화 시대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점을 꼬집었으며, '사람 중심'의 세계화를 강조했다.
슈밥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화는 승자와 패자를 낳았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승자들이 나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뒤쳐저 있는 세계화의 패자들을 돌봐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화의 도덕 혹은 도덕적 재무장이다"라고 말했다.
클라우스 슈밥은 지난해 11월에도 정부들이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 정치를 통해 문을 걸어 잠그지 말고 세계를 향해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세계화 시대에 발생하는 문제는 한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문제들인 만큼 국제 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기후변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기후 변화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데 포럼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내놓았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