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해 10월 이후 이어진 뉴욕증시의 폭락이 진정된 모습이지만 월가 트레이더들의 시각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국내외 실물경기가 꺾이는 정황이 뚜렷한 데다 정부 셧다운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어 증시 패닉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레이더들이 적극적인 주가 하락 베팅에 나서는 가운데 금융자산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라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소비 절벽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가 등장했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상승 시 수익률을 창출하는 구조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연초 이후 2억1800만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
반면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률을 내는 구조의 프로셰어 숏 S&P500 ETF로는 최근 한 주 사이 23억달러의 뭉칫돈이 밀려들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구조의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션 데일리 S&P500 베어 3X 셰어 역시 유동성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뉴욕증시가 10년래 최대 폭락을 연출한 뒤 반등했지만 추세적인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지극히 저조한 동시에 하락 반전에 대한 경계감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독일 등 주요국의 경기 한파가 거센 데다 주택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 지표 역시 기울자 투자자들은 차익실현과 리스크 헤지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애플에 이어 포드 자동차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이익 전망 하향 조정 역시 증시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 심리 냉각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 유입에서도 확인된다. 머니마켓펀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 주 사이 MMF 자산이 356억2000만달러 급증했다.
이에 따라 MMF의 자산이 5주 연속 상승, 2010년 이후 최장기 ‘사자’를 기록한 동시에 총 자산 규모가 9년만에 처음으로 3조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이후 증시 급락이 미국 실물경기를 강타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금융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진 데 따라 고액 자산가들의 지출이 위축,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주가 하락이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산 인플레 효과가 지난해 초부터 희석되기 시작했다는 진단과 함께 본격적인 충격이 올해 가시화될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골드만 삭스는 주가가 1% 하락할 때 상위 10% 부유층의 소비에 미치는 파장이 1980년대 후반에 비해 세 배 가량 상승했고, 소득 수준 50~90% 층의 영향도 30% 이상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장기 강세장에 따른 부의 효과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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