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 경제의 하강 기류가 투자은행(IB) 업계에 뜨거운 감자다.
유럽 금융권이 발행한 채권 프리미엄이 남미 지역보다 크게 오르면서 2012년 부채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지 언론들은 제조업 경기와 생산성, 소매 판매 등 굵직한 경제 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것은 이미 위기 상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유로존 금융권의 후순위채 스프레드가 연초 200bp(1bp=0.01%포인트)를 뚫고 오르면서 남미 지역 금융권 후순위채의 프리미엄을 앞질렀다.
이 같은 역전은 지난 2012년 유로존의 부채위기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개별 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바클레이즈의 하이브리드 채권의 스프레드가 660bp까지 뛰었고, 같은 형태의 도이체방크 채권 프리미엄은 1231bp까지 치솟았다.
런던 소재 헤지펀드인 알제브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알버토 갈로 파트너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은행채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 위기를 기정사실화하는 수준의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며 “영국과 스페인, 독일 등 주요국 전반의 은행채 스프레드가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은행채의 스프레드 급등은 실물경기 한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편 공동통화존 전반의 경제 지표 악화가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고, 이는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영국 텔레그라프는 유로존의 경제 위기가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제조업과 소비자 지출, 인플레이션, 수출입 등 매크로 지표가 일제히 파열음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로존 19개 회원국의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7% 후퇴, 2016년 2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나타냈다.
유로존 경제는 지난해 3분기 0.2% 성장해 전분기 0.4%에서 후퇴했고, TD증권은 제조업 지표를 근간으로 볼 때 4분기 성장률 역시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데아 마켓은 2019년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1%로 꺾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지난해 성장률이 1.5%로, 전년 2.2%에서 상당폭 꺽인 동시에 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비관론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케닝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경제가 본격적인 하강 기류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이 대폭 늦춰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한편 유로화의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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