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인 트레비 분수에 던져지는 동전들이 오는 4월 1일부터 로마시 의회에 귀속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년 트레비 분수에서 거둬 들여지는 동전의 가치는 150만유로(19억3380만원)로 추산되며, 동전은 전통적으로 가톨릭자선단체인 카리타스에 전달돼 왔다. 동전을 건네받은 카리타스는 동전을 도시의 저소득층과 노숙자를 돕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오성운동 출신의 로마 시장인 버지니아 라기가 동전을 활용하는 계획을 처음 제안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로마시 의회는 동전을 시의회에 귀속시키는 법안을 승인했다. 버지니아 라기 로마 시장은 트레비 분수에 매일 4000유로 상당이 동전이 던져지고 있으며, 이 동전이 로마시 행정부에 귀속된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오는 4월 1일부터 동전은 로마시의 문화유산 보존 및 사회복지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된다. 하지만 로마시의 이 같은 조치는 가톨릭 교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아베니레(Avvenire)는 지난 12일 "빈곤층으로부터 빼앗은 돈"이라는 헤드라인의 사설을 통해, 로마시의 관료 체제를 "가난한 사람들의 적"으로 묘사하며 규탄했다.
카리타스의 신부인 베노니 암바루스는 아베니레에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최종 결정이 아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카리타스는 의회의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정치인들과 성직자, 언론인들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온라인에서는 교회가 동전을 기부금으로 받을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의회의 조치에 찬성을 표하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트레비 분수에서 수거된 돈이 왜 정부가 아닌 카리타스에게 전달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동전들은 모두를 위한 것이며, 종교단체에 해당 돈을 전달하는 것은 아름다운 광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눈으로 뒤덮인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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